4. 일곱째와 여덟째날

아침부터 해풍장 여관이 술렁거렸다. 302호의 빨간셔츠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비가 내리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2호 아줌마들이 아침부터 여관마당에 나와 자기네들끼리 두런거리

며 뭔가를 걱정하는 빛이 역력해서 무슨 일인가 했었는데, 오늘 역시도 경마자료들을 전송

받고 또한 배가 뜨는지를 알아보겠다고 나갔던 처남이 돌아오며 전한 이야기였다.

사실 오늘이야 말로 고비 중의 고비일 것이었다. 오늘 배가 뜨지 않아 나가지 못한다면 앞

으로 상당기간 발이 묶일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나와 내 여자는 모든 것

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좀 이르다 싶게 일어나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여자를 놔두고 처남네 방으로 건너갔더니

처남이 담배를 쭉쭉 빨며, 그러나 그의 낙천적인 성격대로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거 야단났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군. ”

“태풍이요? ”

“그래, 태풍 일기예보 보지 않았어?”

“이럴 때 티브이도 보지 않고 뭘해? 더군다나 늦어도 내일밤까지는 서울에 도착해야 된다

는 사람들이.”

처남네 방에는 티브이가 켜져 있었다. 아침 뉴스도 끝나고 일기예보도 끝나고 다른 프로가

진행 중에 있었다. 사실 나도 내 여자도 티브이는 즐겨 보지 않는 편이었다. 대부분은 에프

엠 라디오를 듣거나 다른 음악을 들었고, 티브이는 다큐멘터리류나 그 밖의 특별한 프로그

램이 있을 때에만 잠깐씩 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침 방송은 늦잠을 자는

버릇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의 보았던 기억이 없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게?”

“방금 일기예보에서 그랬어. 아침 여섯시 뉴스에서도 그랬고. 태풍의 진로가 어떻게 변할

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진행 방향으로 봐선 우리나라로 올라오는 게 거의 확실해.”

“큰일이군요. 저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일이나 모레 아침까지는 서울에 도착해야 되

는데 말입니다. 그래야 준비도 하고...”

“그러니까 오늘 배가 뜨지 않는다면 태풍이 지나갈 때 까지는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거

지.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는 일기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 배가 뜨기만을

간절히 기대하는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장기전에 돌입해야 되고.”

“어쩌지요? 우리야 전화도 있고 팩시밀리도 사용할 수가 있어서 여기서도 어떻게 어떻게

해 보겠지만 그쪽이 큰일이네요.”

분주하게 욕실을 드나들며 그릇을 씻고 쌀을 씻는 등 아침을 준비하던 처남댁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