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와 수도권 근처 도시에 구석구석 조합장 농협이 있다. 실제 농사짓는 농토도 없고 실제 농사짓는 농민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 농협조합장이 언제부터인가 구성돼 있고 구성 조합원은 적어도 1000여 명 이상에 이른다. 물론 출자금을 출자한 합법적 조합원이지만 소위 페이퍼 조합원이 대다수다. 이들에겐 머나먼 자기 고향에 300평 이상 농지를 소유하는 토지대장이 있거나 이미 팔아먹어 없지만 한때 농지를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현행 농협법이 문제다. 현행 농협법은 농협법 제 19조에 “조합원은 농민으로 구성되며 농민의 정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령에 정한 농민의 정의를 살펴보면 농지 300평 이상 경작자, 대가축 1두 이상, 소가축 3두 이상, 가금 30수 이상 사육자, 일 년에 30일 이상 농업을 경작하는 자 등으로 돼 있어 아무도 실제 농사를 전업으로 하지 않아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막연한 농민의 정의다.

결국 이런 애매모호 한 농민의 법적정의가 가짜 조합원을 양산했고 이들을 기반으로 한 대도시 수도권 조합이 만들어졌다. 조합장들은 조합원의 민주적 선거에 의해 결정되고 이들 민선조합장을 중심으로 조합 모두의 경영이익은 조합 마음대로 비용을 쓸 수 있는 독립회계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소위 맹목적인 농협, 축협, 특수농협조합만을 양산했다. 구성 조합원을 위해 봉사한다는 미명하에 시골 농민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독립회계 결산 기관으로 돼 있어 별 구애 없이 대도시조합만 잘 지내는 독립된 경영체 농협이 되었다. 이들이 뽑는 농협중앙회장은 당연히 이들 대도시 조합장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위치가 돼 있어 농협 개혁은 또 다시 헛 개혁이 되고 만다.

수 년전 서울 관악에서 와 대전 유성에서 조합장 선거에 당선된 조합장에게 법원으로부터 조합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긴청과 조합장 당선 무효 판결청구 소송이 들어와 이 조합들이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유인 즉 그 관내 도심 한 가운데에 고층 아파트 위에 사는 당선 조합장들이 무슨 농민의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 문제가 돼 조합원 자격이 없지 않느냐는 차점 낙선자와의 시시비비가 일어난 사건이었다.

후문에 의하면 서울의 당선자는 법원 송달 즉시 중앙시장에 가서 병아리 20여 마리를 자기 집에 사다놓고 며칠 후 법원으로부터 농민이란 법적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았고, 대전의 경우도 근처에 상추밭 등에 연 간 30일 이상 농사짓는다는 인정을 받아 모두 청구가 기각되고 현재에도 계속 조합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대통령령에 정한 농민의 자격은 좀 강화되어, 소가축은 2에서 3마리로, 가금 수는 20수에서 30수로 농민의 기준이 변화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짜가 판을 치는 사회, 법을 기막히게 이용해 농민 위에 군림하는 대도시와 수도권 조합장과 농협조직이다. 지침기준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식의 방만한 경영은 농협법이 목적한 농촌을 살리고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농협 만들기에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그것은 그들 각자 경영의 성과를 전국 하나로 집합할 수 없는 현재의 조합장단위 독립경영과 독립회계조직이 계속 존속되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