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에 앉아 있던 주민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그동안 주민들이 주물산업단지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노력했던 모든 순간이 물거품이 됐다. 주민 641명이 충남도를 상대로 예산주물산업단지 계획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라며 진행한 행정소송 2심에서 재판부는 또다시 충남도와 산단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등법원 행정1부 재판부(부장판사 이승훈)는 “원고(주민) 측은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승인을 취소할 만큼)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계획을 승인한 충남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11일 예산주물산업단지 예정 부지 바로 앞에 살고 있는 조찬형(면천면 문봉리·62) 씨를 만났다. 조 씨의 집은 예산군 상몽리에 속한 주물산업단지 예정부지와 왕복 2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있었다. 조 씨는 집 바로 앞에 쳐진 공사장 팬스를 볼 때마다 속이 터질 지경이다.
“판결이 내려진 순간 참 허망했죠. 그동안 주민들이 주물산업단지를 막기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데요. 경북 고령군을 비롯해 주물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을 찾아가 현장 답사를 했죠. 정말 가서 현장을 보니, 절대 주물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안 된다는 것을 주민들 모두 절감했어요.”(당진시대 제967호 ‘예산주물산업단지 관련 현장르포’ 참조)
1심에서도 졌기 때문에 사실 ‘꼭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걸고 법정에 선 40여 명의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주민들은 곧 바로 대법원에 상소했다. 그리고 당진시민과 예산군민 등의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 가운데 면천면민을 비롯한 당진시민만 1만1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권배 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당진시에서만 1만1000명이 주물산업단지 건설 반대에 서명했다는 것은 엄청난 숫자”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도지사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 문제해결에 충남도가 소홀하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마을에서 마주친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그동안 주민들이 주물산업단지를 막기 위해 시행사와 싸우고, 충남도와 싸워 왔다”면서 “없는 형편에도 십시일반 사비를 털어 모아 재판을 준비하고, 다른 지역에 견학도 갔는데 이 같은 판결 결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희정 지사와 충남도청 공무원들과 판사가 주물산업단지가 있는 동네에서 살아봐야 주민들의 마음을 알 것”이라며 “끝까지 결사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도는 지난해 7월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대에 48만m²(약 14만5000평)에 달하는 주물산업단지 계획요청을 승인했다. 이를 두고 예산군 주민들과 면천면 주민들이 충분한 법적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충남도를 상대로 승인취소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