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는군 어젯밤에 빨간셔츠가 잠깐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나갔는데 여지껏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뭐겠어. 사고가 났다는 얘기 밖에 더 돼. 이 손바닥만한 섬에서, 어디로 가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 어젯밤에 나간 사람이 여지껏 들어오지 않았다면 일은 난 거지. 아마, 저 사람들 새벽부터 섬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 모양이야. 방파제 가장자리에 쌓아놓은 불가사리 모양의 시멘트 덩어리들 틈새도 죄다 뒤지고, 해수욕장이며 그 한쪽켠의 조그만 동굴 속까지 들여다 보고, 동백림 너머 낭떠러지 아래까지 가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고, 또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 보지만 아무도 보았다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 저 사람들 얘기는 빨간셔츠가 바닷가에서 바람을 쐬다가 발을 헛디뎌 휩쓸려 떠내려간 게 틀림 없다는 거지.”
그 이야기를 들은 내 여자가 입을 틀어막으며 키들대었다.
처남이 나무라듯 말했다.
“아니, 너는 왜 웃냐? 지금 저 사람들은 죽을 상을 하고 있는데 그런 웃음이 나와?”
그러자 여자는 더욱 키들대며 웃음을 참지 못해 했다.
안되겠다 싶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내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형님. 빨간셔츠는 돌아옵니다.”
“아니, 그럼 두 사람은 빨간셔츠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예요?”
처남댁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예, 알고 있죠. 그래도 우리는 설마 그럴리야 했었는데...”
어젯밤 아홉시가 좀 넘었을까 했을 때였다. 늦게 잠드는 버릇 때문에 쉽게 잠들지도 못하고 뭔가 답답하기만 하여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좀 심한 편이고 가랑비가 흩뿌리고 있었지만 여관방에 처박혀 있기 보다는 차라리 그 비와 바람을 맞으며 걷는 편이 나았다. 사람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풀 죽은 모습으로 이따금씩 수퍼나 음식점을 기웃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몇몇 팀들은 노래방이나 횟집 등에서 악을 바락바락 써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곳 주민이 아닌 이상 섬에 갇힌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지칠대로 지쳐서 풀 죽어 있다가도 또한 그것을 못견뎌 악을 바락바락 써대거나 해괴한 짓거리들을 하고, 그러다 보면 다시 또 풀 죽어 버리곤 하는 것이었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걷다 보니 우리는 관리공단사무소가 있고 우체국이 있는 길로 가게 되었다. 그 시간쯤이면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역삼각형의 구도를 이루고 있는 길 가운데 가장 한적한 길이었다. 다른 두갈래 길과는 달리 이렇다 할 가게나 음식점이 없어서일 뿐만 아니라 길의 위쪽은 막바로 산과 접해 있는 까닭이기도 했다.
그런데 산 쪽으로 유일하게 서 있는 건물인 교회 앞을 조금 지났을 때였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그 위의 밭으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교회를 조금 지나면 산등성이가 펑퍼짐한 곳이 나왔는데 그곳에 밭이 일구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