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개발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지지부진 미뤄진 사업이 어느덧 햇수로 8년이 흘렀다. 한때 송악지구는 전국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지역 중 하나였지만 사업을 추진하던 한화가 지난 2010년 금융위기 및 경제상황 악화로 이 사업에 손을 떼면서, 송악지구는 어느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업자 선정 이후 보상이 이뤄지길 바랐던 주민들 일부는 그동안 대출 빚에 시달리며 파산위기를 맞거나 재산이 경매에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주)세계화상발전기금 한국법인(이하 세계화상)이 사업의지를 밝히며 햇살이 드는 듯했지만 세계화상이 자본금 160억 원을 증자하지 못하는 등 자격조건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를 차일피일 미루며 다시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 3일 사업추진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충남도에 제출한 세계화상은 오는 21일까지 자본금 160억 원 증자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약속마저 무산되면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는 좌초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올해 8월4일까지 실시계획승인 신청을 하지 못하면 지구지정이 자동 해제기 때문이다. 위기에 처한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노심초사 이를 지켜보는 주민대책위 측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진선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장
“황해청·충남도·당진시 사업추진 의욕 있었나”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경은 어떠한가?
막막하고 답답하다.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황해청과 충남도, 당진시에 무척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이 받은 피해는 어떠한가?
주민들은 그동안 말도 못할 피해를 입었다. 한 공무원이 “1년만 농사지으면 (보상이) 된다”는 말에 희망을 갖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은 게 어느새 8년이 지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대토로 인해 수억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았고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위기에 처했다. 또한 재산이 경매에 넘어간 사람도 있다. 좀 더 일찍 개발이 진행돼 보상이 이뤄졌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세계화상이 오는 21일까지 160억 원 증자를 약속했다.
세계화상의 투자가 확실하다면 송악지구 개발을 지금이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주민들은 송악지구가 경제자유구역 신도시로 만들어질 것을 기대해 왔다. 지금까지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면 수용할 의사가 있다. 마지막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증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하지만 만에 하나 이번에도 무산되면 지구지정을 해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세계화상이 자본금 증자에 대해 수차례 약속을 미뤄왔고, 신빙성이 없는 회사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세계화상은 전 세계에 지점을 갖고 있는 회사로 실체가 있으며, 유령회사는 아니라고 한다. 주민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송악지구 개발이 무산되면 그동안 주민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나?
법적으로 주민들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해제되면 그냥 끝이다. 주민 피해에 대한 보상 관련 법조항도 없고, 보상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시간을 끌어오며 받은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황해청은 물론 충남도와 당진시의 책임도 클 것 같은데.
당연하다. 한화가 이 사업에 손을 댔을 때, 당초 계획했던 394만 평을 축소해 개발하자는 요구가 계속 있었다. 그런데 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394만 평 개발을 고집해 왔다. 결국 한화가 손을 뗀 이후에서야 개발면적이 182만 평으로 축소됐다. 한화 관계자가 “진작 축소했더라면 한화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황해청이 이러는 동안 충남도와 당진시는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이 사업에 대한 방향제시도 없었고, ‘사업자와 황해청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식으로 떠넘겼다. 충남도와 당진시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공무원들이 과연 이 사업에 대한 의욕이 있던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안일함이 주민피해를 키웠다.
지구지정이 해제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만약 이번에도 세계화상이 자본증자를 하지 못한다면 피해대책위를 구성해 황해청은 물론 시장과 도지사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압박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주민들은 당초 계획했던 대로 송악지구가 학교·병원·백화점 등 정주여건을 갖춘 명품신도시로 개발되기를 원한다. 당진시의 미래와 후손을 위해서 지역을 반드시 명품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권만중 부곡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
“더 이상 믿을 수 없다…지구지정 해제 하라”
그동안 사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주민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받아왔는가?
주민들을 부자로 만든다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주민들을 가난뱅이로 전락시켜 신용불량자만 양산했다. 창고는 물론 주택과 사업용 건물 신축·증축, 농업 외 타 사업으로 전업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으며 오로지 농사만 지어야 했기 때문에 농가부채의 누적이 심각해졌다.
토지가 묶여 있으니 토지를 살 사람이 없었다. 땅을 팔아야 하는 노령층이나 자금이 부족한 농가, 사업을 위해 땅을 구매했던 투자자나 회사 등 늘어나는 장기 부채에 견디다 못해 경매로 넘어갔고, 지금도 계속 경매가 나오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4일 충남도의 승인이 이뤄졌다. 이에 대한 생각은?
승인조건으로 주민동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세계화상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이구동성 반대했다. 안희정 도지사의 승인은 무효이며 즉각 취소해야 한다. 충남도의 승인은 피해주민들을 외면하는 것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개발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개발 가능성의 바로미터는 사업성과 분양성이 최우선 고려사항이고, 다음이 건설경기, 사업면적 및 규모다. 현재 상태로는 개발가능성이 없다. 높은 지가와 더불어 사업면적이 너무나 광대하고, 콘텐츠가 타 지역 산업단지나 경제지구들과 중복된다.
기업수요가 앞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수도권 완화정책이 지속되는 한, 단기에 기업의 입주희망이 증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업추진을 하겠다는 세계화상을 신뢰할 수 없다. 사업자의 과거 사업실적, 회사 규모, 자금력과 신용상태, 현재의 사업규모 등 여러 가지 경영 상태를 봐야 하지만 황해청은 세계화상에 대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쉬쉬하며 감싸기 바빴다.
지난 1년여 동안 자격조건 확보, 증자조건 미달 등 수없는 약속 불이행을 반복한 것을 볼 때 이 업체는 믿을만한 개발업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황해청과 충남도, 당진시의 책임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책임은 주민을 위한 본분을 망각한 채 공무원들이 “국가사업이다, 공공개발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다”라는 그럴듯한 핑계로 장기간 주민들의 삶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는 점이다. 사업 실패를 모두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며 국가행정력과 세금을 낭비했다.
산단 개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인들과 공무원, 그리고 이들과 영합한 지역 투기세력들의 사리사욕 때문에 주민들만 피해를 봤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지구지정을 빨리 해제하고, 사업성 높은 60~100만 평 규모의 복합 상생산단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지구지정이 해제된다면 주민대책위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당진시와 충남도에 대해 즉각적인 개발행위 제한 해제와 관리지역 세분화시 계획관리지역 확대를 요구하고, 지역에 따라 6년~11년간 고통받은 피해에 대해 위로금과 마을별 시급한 현안 해결에 필요한 현금보상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지연된 버스노선 확장과 연장, 농로 확충과 보완·포장, 38국도 진입로 추가개설 우선 실시, 상수도·도시가스·농기계·공동 창고 등 영농과 생활편의 시설 우선투자를 요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간 재산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기간 재산세 등 각종 세금감면 등을 실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