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부터 16일까지 1박 2일 동안 한국자유총연맹 당진시지회 주관으로 철원이라는 곳으로 안보견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와 북한. 궁금하게 생각하던 미지의 영역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묘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내게로 전해졌다.
함께 간 사람중엔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계셨고, 내 또래의 학생들도 많았다. 문득, 남북 분단의 문제가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젊은 세대와 어르신들 모두가 당면한 문제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세대와 그 당시 목숨을 건 처절한 싸움 속에서 살아남으시고 아직도 그 기억이 뇌 속에 문신처럼 각인돼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들.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모든 이가 분단으로 인한 상처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뻥 뚫린 도로를 내달리면서 언뜻 보이는 바닷가 건너편에 북한 땅이 눈에 들어와 이것저것 살펴보고 구경하는 사이 철원에 도착해 제2땅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땅굴을 깊게 들어갈수록 북한과 우리 남한이 아직도 정전이 아닌 휴전상태일 뿐,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됐다. 민간에게 개방되어 있는 동굴 통로의 가장 끝부분에 북한으로 통하는 철문이 보였다. 저 철문을 넘어가면 북한사람이나 북한군을 볼 수 있을까?
제2땅굴에 이어 전망대를 방문한 우리는 인근 북한지역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지만 솔직히 자세히 생각나는 것은 없다. 이미 마음은 앞에 보이는 북한 땅과 그곳으로 안내할 망원경에 모두 가 있었기 때문이다. 듣는 둥 마는 둥, 설명이 끝나자마자 망원경이 설치된 곳으로 가서 정말 궁금했던 미지의 그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몇 채 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집들과, 넓은 들판. 약간은 황량한 듯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은 우리네 시골풍경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공간에 군데군데 보이는 철조망과 검문소가 나에게 이 평화로움이 가장된 것임을 외치고 있었다. 언제 화포의 불길과 탱크의 소음에 무너질지 모르는 가장된 평화. 한참을 그렇게 바라다 보며 난 내가 지금까지 남북문제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다시는 우리나라가 전쟁의 비참한 불길 속으로 빠지면 안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평화전망대를 내려와 노동당사를 둘러보고 난 후 도착한 곳은 그 이름도 친숙한 ‘백마고지’였다. 백마부대는 우리 아버지가 근무하셨던 곳으로 술만 드셨다하면 안주 겸해서 말씀하시는 곳이다. 연관성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름이 같으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지도자 몇몇의 이념투쟁과 욕심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고 수만 명에 가까운 젊은 청춘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도대체 그 당시엔 왜 그렇게 이념이 중요했을까? 물론 내가 아직 어려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여기 묻혀 계신 모든 이들의 죽음이 허망하게 느껴져서 괴롭기 그지없었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보다 그저 그분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고 마음 속으로나마 나만의 위령제를 올린 후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평화는 결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언제 올지 모르는 위협에 항상 준비하고 경계하는 그 자세 만큼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그 소중한 임무를 대신 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을 꼭 생각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