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길을 나서는데 하루 이틀 궂은 날이 있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여정의 목적이 뚜렷하고 명분에 합당하면 더욱 그렇다. 당진시립박물관을 건립하면서 처음부터 특정인의 기증 유물을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이상, 그로부터 이제 시작인 박물관 유물의 질적 문제를 운운하거나 나아가 건립 계획의 전반적인 검토를 제기하고 나서는 것은 박물관 건립에 부정적 시각을 지닌 사람들의 주장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시립 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충분한 사전 협의나 검토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협의나 검토의 범위나 정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충분한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다고 하거나,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사람이 의논하며 진행해 온 사업을 소소한 한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해서 그 모든 노력을 폄하하고 의미 없는 일이라 치부하는 것은 적어도 성숙한 시민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당진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몇몇 부정적 의견은 무엇보다 박물관의 내용 즉, 전시될 유물의 질에 관한 것으로 함축할 수 있다. 진귀한 유물이 없다고 해서 새로 건립하는 모든 박물관이 무의미한 것일 수는 없다. 현실을 감안해 볼 때 모든 박물관들이 처음부터 그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새로 건립되는 대부분의 지역 공립 박물관들은 필연적으로 유물의 확보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지역 문화운동가의 칼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골동품 수준의 유물이 전시돼서는 곤란하다”는 표현을 본적이 있다. 행간의 의미는 충분히 납득 할 수 있다. 그러나 진귀한 것만을 박물관에 전시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암담한 마음이 든다.

시립박물관은 여타의 소규모 특정 테마 박물관과는 다른 나름의 역할이 있다. 지역과 관련된 역사나 인물 등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며 이를 새롭게 조명해 지역적 자긍심과 이 땅에 살았던 선현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박물관의 건립은 다만 그것이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을 위한 교육적인 부분과 시민들의 문화의식 함양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가 선도적으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주지하는 바 와 같이 박물관의 기능은 교육활동 기능 외에 자료수집·정보관리·조사연구·전시 등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유물전시는 박물관이 갖는 수많은 콘텐츠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향후 운영 방안이 당진시립박물관 건립에 있어서 성패의 요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시작된 일을 두고, 전문적인 지식과 폭넓은 통찰 없이 주관적인 견해를 중구난방으로 표명하는 것 보다는 모처럼 시도하는 문화 사업에 시민들의 한결같은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