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매력에 빠진 8살 소년이 있었다. 어린 애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산 캔커피를 몰래 홀짝이던 그 소년은 어느덧 청년이 돼 바리스타의 꿈을 이뤘다.

그 소년은 지적장애 3급을 가진 정보고등학교 3학년 최홍기 학생이다. 홍기 학생은 올해 졸업을 앞두고 학교 내 카페 ‘우리두리’에 취업해 커피제조 및 판매를 도맡아 할 예정이다.

축구선수 → 경찰 → 바리스타

커피를 좋아했지만 홍기 학생이 처음부터 바리스타를 꿈 꾼 것은 아니었다.

“실제 제 꿈은 축구선수였어요. 하지만 운동을 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했죠. 다음엔 경찰이 되고 싶었어요. 달리기를 잘해서 도둑을 잘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와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어릴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던 저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바리스타를 꿈꾸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홍기 학생은 학교에서 특수학생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반에서는 장애학생들이 정보고 내에 있는 우리두리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직접 커피를 판매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홍기 학생은 커피를 좋아하는 자신에게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큰 고민 없이 여기에 지원했다.

‘모범생’ 최홍기

커피에 대한 애정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했던 홍기 학생은 바리스타 반에서도 ‘모범생’이었다. 그는 “바리스타 시험을 준비할 때 커피를 하루에 6~7잔 씩 마셨다”며 “커피를 많이 먹다 보니 일주일에 서너번은 밤을 새기 일쑤였지만 커피라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후 커피제조 뿐만 아니라 카페의 전반적인 운영까지 척척 해냈던 그는 마침내 우리두리카페에서 바리스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바리스타 공부는 지적 장애 3급인 홍기 학생에게 쉽지 만은 않았다. 생소한 용어들을 외우는 것은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용어들이 어렵고 많다고 포기하지 않았다”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용어 외에도 스팀기 쓰는 법, 핸들링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홍기 학생은 포기하지 않고 수많은 연습 끝에 모든 과정을 해냈다.

홍기 학생은 자신과 같이 장애가 있는 친구들에게 격려의 말 또한 전했다.

“장애가 있다고 포기하지 말아요. 일단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찾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취업 후 미소 짓던 가족들

취업 후 가장 기뻐한 사람은 역시 홍기 학생의 가족이었다.

“가족들이 제가 서비스 직종에 일하길 바라셨는데 좋은 기회로 카페에서 일할 수 있게 돼 정말 기뻐하셨어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도 칭찬 많이 해주셨거든요. 항상 뒤에서 응원해 주시는 가족 덕분에 힘이 납니다. 취직이 결정된 후 가족들에게 제가 만든 커피를 만들어 드렸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한편, 우리두리카페는 학교 내에 있다보니 주 고객이 정보고등학교 선생님들이다. 그는 “선생님들이 거의 매일 오신다”며 “제가 직접 만든 커피를 드시고 맛있다고 칭찬해 주실 때면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가족 다음으로 선생님들께 커피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특히 송동석 선생님이 수업할 때 옆에서 많이 알려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우리두리카페에서 항상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싶다는 홍기 학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라떼라며 “커피 위에 우유거품으로 그림이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점이 라떼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서툰 실력이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꼭 멋진 라떼아트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