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은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고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담겨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시장이 정겹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시장보다는 이용하기 편한 대형마트를 찾지만 시장에 대한 향수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시장을 찾는다.
당진에서는 0·5일에 열리는 당진장과 1·6일에 열리는 합덕장이 가장 크다. 과거엔 장날이 아니어도 북적였던 시장들은 평일에는 한적함만이 맴돈다. 하지만 설명절을 맞이한 대목장은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로 빽빽하다. 추운 날씨임에도 설을 앞두고 열린 장이라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으로 모였다.
장보러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반찬거리와 제사상에 올릴 재료를 사야한다는 것도 잊고 노릇노릇하게 익은 녹두전과 파전, 뜨끈한 국물에 김이 올라오는 어묵, 팥 앙금이 가득 담긴 국화빵을 파는 노점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장 한편엔 나무로 된 목재 물품이 가득 쌓인 트럭이 자리하고 있다. 이 트럭 앞머리에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바람을 타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장을 찾는 손님을 맞이한다.
또 그 옆에서 우스꽝스런 분장을 한 각설이와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피어오른다. 그 옆으로 제사상에 올릴 대추를 고르며 깎아달라 옥신각신하는 상인과 아주머니, 다정하게 팔짱낀 채 장에 놀러온 60대 후반 부부, 가득 찬 검은 봉투를 옆에 내려놓은 채 소주 한 잔 기울이는 아저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길거리 좌판에서 콩과 고춧가루, 나물과 채소를 파는 한 할머니는 장이 열리는 날이든 아니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35년 동안 매일 그 똑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할머니는 “작년보다 손님이 없는 편”이라며 “오늘 가지고 나온 물건들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화빵 노점상에서 만난
김남초(63·신평면 운정리)·김영수(63·신평면 한정리)씨
“옛 추억의 국화빵 먹으며 옛 생각”
아내 대신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은 두 친구 김남초(63·신평면 운정리) 씨와 김영수(63·신평면 한정리) 씨는 국화빵을 판매하는 노점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 술 한 잔도 기울이지 않은 채 국화빵을 먹으며 옛 추억에 잠겼다. 하지만 이내 삶에 대한 걱정에 씁쓸함을 내비친다.
“5일장 열린다고 해서 장보러 왔어요. 갈치, 낙지, 쭈꾸미, 조기 등 저렴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사려고요.”
장을 보다 바로 집으로 가기 아쉬워 노점상에 들어왔다는 두 친구는 마주 앉아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김영수 씨는 “몸이 성치 않아 15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며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많이 올라 국내산 물품은 가격이 비싼 반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외국산에 사람들의 손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합덕시장에서 만난 조숙자(77·합덕읍 성동리)씨
“아들이 아프지만 않았으면”
직접 집에서 담근 장, 흙이 묻어져 있는 당근, 봄을 가득 담은 냉이를 늘어놓고 판매하는 조숙자(77·합덕읍 성동리) 씨는 합덕전통시장으로 나온 지 30여 년이 훌쩍 넘었다. 젊었을 땐 덕산장, 예산장, 신평장 등을 돌아다녔다. “옛날엔 발 터지게 돌아다녔지. 그래도 지금까지 매일 합덕장에 와. 어느 날은 많이 팔려서 집에 일찍 들어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또 잘 안 팔려서 계속 앉아있을 때도 있지. 그냥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는거지.”
1000원, 2000원의 농산물을 팔며 4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길러낸 조 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약도 사고 병원도 가고 쓸 곳은 참 많다”고 말했다.
한편 3년 전부터 뇌종양을 앓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 조 씨는 “올해 소망이 있다면 우리 아들이 아프지 않고 가족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