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를 거닐거나 쇼핑을 할 때, 버스를 탈 때도 어렵지 않게 나와 외모가 조금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도 7년 전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와 결혼했다. 즉, 우리집도 다문화 가정이란 얘기다.

다문화 가족 남편이 아니면 뼛속 깊이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다문화 가족의 일원으로 사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초 정부는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고 센터 통폐합 등을 논의한 적이 있다. 당시에 나는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다문화 가족이 안정된 삶을 준비할 때까지, 또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히 사회에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겪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다문화 가족을 위해 쓰이며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가.

나의 가족의 경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캄보디아 출신의 아내가 한글교육을 무료로 받았고, 한국어가 익숙해질 즈음 센터의 ‘다문화 강사’ 사업을 통해 일자리도 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가족 동반모임, 한국문화 체험, 행복한 가정 만들기 교육, 자조모임 지원 등에 참여하면서 봉사와 사회참여의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받은 만큼 나와 우리 가족 역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당진 지역 곳곳을 알게 됐고 내 고장 당진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작년까지는 나눔 봉사단 ‘어울림’이 문화공연 봉사와 자연사랑 캠페인, 환경 가꾸기, 인식개선 캠페인, 환경봉사 등을 한꺼번에 진행했지만,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올해는 문화공연과 환경봉사캠페인 두 그룹으로 나눠서 봉사하고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하는 봉사뿐만 아니라 평상시 생활할 때도 거리에 쓰레기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됐다.

만약 다문화센터에서 이런저런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사회참여 기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가정이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한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가정은 물론 사회 결속력도 약화돼 건전한 사회 발전의 기반이 다져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아직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이 축소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다문화 공동체가 제 몫을 다할 기반이 조성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익히면서 조금이나마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지원은 특히 절실하다.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은 대한민국이 글로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일 것이다.

사회의 지원을 통해 잘 성장한 다문화 가족은 앞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가족은 무척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예전의 따갑던 주위 눈총은 어느새 미소로 변해 있고, 아내가 다문화 강사로 일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좋아한다. 또한 원장님과 선생님들 역시 차별 없이 잘 대해 주신다. 모두가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의 친정노릇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

오로지 예산 문제로 지원을 줄여 결과적으로 센터가 역할을 하는데 제약을 받는다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현재의 다문화 지원 정책이 너무 조급하게 바뀌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평면 금천리에 거주하고 있는 한기용 씨는 지난 2008년 캄보디아 여성 념속하리 씨와 결혼해 현재는 두 딸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딸 바보’ 아빠입니다.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장순미)의 ‘어울림’ 나눔봉사단장인 한 씨는 결혼이주여성 및 다문화 가족들과 함께 인식 전환 캠페인, 환경정화 활동, 한국 및 지역문화 체험, 타국의 전통 공연 등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기용 씨는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살면서 느낀 점,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 등에 대한 생각을 담아 <당진시대>에 글을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