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행정자치부 산하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분위)는 지난 13일 평택·당진항 매립지의 70%가 평택시 관할이라고 결정내렸다. 중분위는 매립지 총면적 96만2336.5㎡ 가운데, 2004년 당시 헌법재판소가 당진군 관할로 결정한 서해대교 북쪽 제방과 그 안쪽에 위치한 매립지 28만2746.7㎡는 당진 관할로 하고, 이를 제외한 서해대교 남쪽 매립지와 제방 67만9589.8㎡는 평택시 관할이라고 심의·의결했다. 이는 신평면 매산리로 등록돼 당진시가 관할해 오던 당진 땅이 평택시로 귀속된다는 의미다.

당진시민들은 분개했다. 중분위의 이같은 결정은 명백하게 자치권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진시청 이해선 안전행정과장은 “정부가 주창해온 지방자치를 스스로 거스르는 결정을 내렸다”며 “지방자치의 기본적인 요소인 자치구역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분위의 결정대로라면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확정한 충남도계 안에 평택시 땅이 자리 잡게 된다. 중분위의 이 같은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구역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위헌적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중분위 심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충남도계 및 당진 땅 수호 범시민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종식·박영규·최명수, 이하 대책위)는 부랴부랴 회의를 소집하고, 김홍장 당진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동완 국회의원과 지역 대표들은 행정자치부를 항의방문 했으며, 당진시의회는 규탄성명서를 발표했다.

김홍장 시장은 지난 14일 당진시청 브리핑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중분위는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의 기속력을 너무 소극적으로 적용했다”며 “평택시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동완 국회의원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출신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던 김 의원은 “남경필 도지사와 평택시 국회의원(원유철·유의동)들이 물밑에서 움직인 것 같다”며 “충남은 물론 대전·충북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 범충청권 문제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중분위의 이번 심의 결과를 규탄하며 지난 17일부터 당진버스터미널 앞에서 릴레이 단식투쟁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는 23일에는 당진시청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이번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매립지 귀속 관할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관계 지방자치단체장은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당진시는 중분위의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하고 위헌법률 심사 청구,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 평택시 어떻게 준비해 왔나

2009년 T/F팀 구성, 평택항 되찾기 시민단체 결성지방자치법 개정 직후부터 준비

21만2000명 서명부 행자부에 전달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공재광 평택시장은 평택·당진항 매립지를 평택시 관할로 귀속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올 들어 이를 본격 추진해 왔다. 특히 공 시장은 행정자치부 출신으로 자치행정과에서 관련 업무를 맡아 매립지 분쟁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시가 제공하는 <민선6기 공약실천계획서>에 따르면 평택시는 ‘평택항 되찾기 범시민 운동 전개’를 목표로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해 왔다.

평택시는 “평택항 매립지 행정구역 일원화로 세계적인 국제무역항을 건설하겠다”며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직후인 지난 2009년 8월부터 평택항 경계분쟁 대응T/F팀(경기도·평택시·시민단체)을 구성해 약 1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평택항 되찾기 범시민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후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경기개발연구원, 도시 및 지역계획연구원, 경기도 등을 통해 ‘합리적인 행정구역 획정 방안 논리개발’을 위한 세미나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행정자치부·국토교통부 장·차관 및 실무진, 항만청 관계자, 중분위 위원, 국회의원 등 관계 기관에 60회 이상의 공문 발송 및 면담을 실시해 왔다.

한편 800여 명의 당진시민과 200여 명의 아산시민이 세종시를 방문해 집회를 열자, 다음 날인 지난 8일 평택시는 3000여 명의 평택시민과 함께 매립지 귀속 결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공재광 평택시장과 김인식 평택시의회 의장은 물론 원유철·유의동 국회의원도 함께 했다.

이날 범시민운동본부는 평택시 인구의 47%에 달하는 21만2000명이 서명한 평택·당진항 매립지의 평택시 귀속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행정자치부에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