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시작된 문제가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성 전 회장의 죽음은 굵직한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불법 선거자금 수수 문제로 번졌으며, 지난달 29일 치러진 재·보궐선거까지 확대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질은 점점 사라지고 현재의 현상만 남았다. 지금은 ‘성완종 사태’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더 이상 1면 주요뉴스엔 사자방(사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도 없고, 성완종도 없고, 이완구도 없다.

본지는 ‘때늦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지역의 민심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성완종 전 회장은 불과 1년 전만해도 당진의 바로 ‘옆 동네’ 서산시 국회의원이었고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는 충남도민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으며 국무총리실에 입성한 인물이다.

물론 이것 역시 비리와 부정부패로 물든 대한민국 정치를 바라보는 본질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언론으로서 지역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

김동완 국회의원

“교훈으로 삼아야”

성완종 전 회장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많은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 줬던 분인데,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 문제는 우리사회 기업 운영 과정의 굴곡진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이를 교훈으로 받아들여 돈과 권력이 아닌 제도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관리되도록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는 결코 새누리당이 잘해왔기 때문은 아니다. 불안한 사회의 안정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어기구 새정치민주연합

당진지역위원장

“책임자 일벌백계해야”

성완종 전 회장은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사회에 좋은 일도 많이 한 사람이다.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만 성 전 회장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정경유착에 발목이 잡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번 의혹에 연루된 이들을 철저히 조사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에 암적 존재와 같은 정경유착이다. 철저한 수사로 잘못이 있는 자들을 발본색원해서 합당한 벌을 줘야 한다.

우혜숙 당진여성포럼 대표

“욕심이 삶을 망가뜨려”

성완종 전 회장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기엔 성공한 기업인이지만 어려웠던 과거에 대한 열등감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상·하로 양극화된) 한국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적 틀에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상쇄하는 방법을 돈과 권력으로 삼은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욕심이 삶을 망가뜨렸다.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이 상당해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욕심과 심리적 열등감이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김희봉 당진참여연대 회장

“대선자금 최종 수령자 누구?”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 게이트’로 봐야 한다. 친박계 인사들의 대선자금 의혹이다. 성 전회장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돈을 줬다고 하는데, 인물 개개인의 문제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이 돈이 궁극적으로 어디로 흘러들었는지 봐야 한다. 결국엔 박근혜 대통령이 돈을 받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하지만 현재 박 대통령은 성완종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 지적하면서 전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당진시민사회연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충남시민사회연대에 정식으로 후속대응을 제안할 것이다.

황성렬 당진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지역감정으로 민심 왜곡”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총리 지명 당시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감정을 최대한 활용한 인물이다.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민심을 왜곡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로 인해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만 안겨줬을 뿐이다. 이 전 총리 뿐만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이들이 실제로 로비에 연루됐는지 실체를 밝혀야 한다. 돈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격이다. 이 전 총리는 최소한의 의리도 지키지 않았다. 더 이상 지역감정을 통한 민심 왜곡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오동원 당진시자율방범연합대장

“특정 권력층 면죄부 안돼”

성완종 전 회장은 지역에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자금 비리에 연루돼 안타깝다. 죽음을 통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권력층에게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 수사를 원칙대로 진행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이완구 전 총리는 충청도 출신으로 대권까지 노렸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말들을 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너무 큰 실망감을 줬다.

신기원 신성대 교수

“지역주의 부추겨 본질 호도”

이번 성완종 사태 이후 “충청도 사람 못믿는다” 또는 “충청도 사람은 이래서 큰 일을 못맡긴다”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이번 사안을 지역감정에 입각해 바라보는 것에 대해 무척 유감스럽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 전 회장이 금품을 전한 행위가 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역주의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이는 정경유착이라는 고질적인 병폐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며 소위 한국사회 고위층이라는 부류의 도덕성 문제다. 이를 지역주의적 시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이들 대부분 현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다. 정치권의 개혁, 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