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쉽게 말해 ‘당진 땅을 평택이 빼앗아 갔다’고 하는데 이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번 호에서는 평택·당진항 매립지 분쟁과 관련해 과거부터 지금까지 분쟁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짚어 보고자 한다.

서해대교 도계 표지판 어디에?

평택·당진항 매립지 분쟁(도계 분쟁)은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진항 지정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당시, 2000년 11월 개통을 앞둔 서해대교 위에 도계 표지판 설치 위치와 관련해 경기도·평택시와 당진시가 대립하게 된다.

당시 평택시는 통상적으로 사용해 온 지형도 상의 해상경계선(도계)을 무시한 채 충남도계 안쪽인 바다에 설치된 제방을 경기도 평택시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당진군과 협의 없이 해당 지역을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으로 등록한 것이 도계 표지판 위치 설정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당진군 헌법재판소에 소송

2000년 9월, 당진군은 평택시의 충남(당진) 해역 침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당진항 지정과 함께 도계 분쟁이 맞물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평택시와 당진군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2001년 9월 당시 평택항 서부두가 개장했을 때에도 개장식을 경기도와 평택시가 주관하며 해당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2003년도에는 당진항 분리지정과 함께 항계 재설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더불어 해양수산부가 평택항을 평택·당진항으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도계 분쟁 소송을 취하할 것을 제안했지만 당진군(당시 군수 김낙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당진 손을 들어주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을 시작한지 4년 뒤인 2004년 9월, 헌재 판결 결과 5:4의 의견으로 아슬아슬하게 당진군이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치단체의 구역은 주민·자치권과 함께 자치단체의 구성요소이며 자치권이 미치는 관할 구역의 범위에는 육지는 물론 바다도 포함되므로 공유수면에 대한 자치단체의 자치권한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유수면의 행정구역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기관이 수산업법상의 어업허가 또는 어업면허, 어업단속행위와 공유수면관리법상의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 내지 사용허가 등 개별 법률들에 대한 행정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을 행정구역 경계선으로 인정해 온 관행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이 해상에서의 행정구역 경계선이라는 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과 일반국민들의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지형도상의 해상경계선은 행정관습법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평택시 문제제기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04년 12월 서해대교 주탑 중간 해상도계 지점에 도계 표지판이 설치됐다. 또 이후에 매립된 지역에 대해서도 당진군에 등록, 당진군 지번을 부여하는 등 행정적 관할권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평택시는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다만 제방의 관할권한이 당진군에 귀속될 경우 관리상 비효율 등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가 관할구역 경계변경 절차에 따라 제방의 구역경계를 변경할 순 있다”고 덧붙인 단서를 근거로 해상 경계 변경과 매립지 관할권을 되찾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09년 4월에는 매립지 관할권 결정 절차가 행정자치부 산하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당시 김낙성 국회의원은 지방자치법이 당진군에 불리하게 개정된다는 사실을 살피지 못했다.

같은 해 7월 평택시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새로 생성된 내항(서부두) 외곽호안 신규매립지 14만6990.2㎡ 가운데 당진군으로 등록된 10만404㎡에 대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관할권 결정 신청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개월 뒤인 2009년 9월 당진군에 지적 등록된 평택·당진항 2단계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권을 두고 원인무효라며 경기도에 ‘공유수면 매립지 등의 귀속자치단체 결정신청’을 제출한다.

이듬해 2월에는 당시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에 평택·당진항 서부두 관할구역 경계를 변경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 귀속 자치단체 결정을 심의해 달라고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당진군에서는 2010년 3월 ‘충청남도 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군민대책위원회(상임공동대표 이홍근·김종식)’를 출범시켜 대응에 나섰지만, 선거 등으로 인해 관련한 문제가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 앉아 있었다.

그러다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공재광 평택시장이 당선되면서 공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매립지 관할권 귀속 문제가 다시 떠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