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 사람들이 “팝클래식, 세미클래식은 알겠는데, 하이브리드음악, 퓨전음악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렇습니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예술장르 용어들이 등장했습니다.
20세기말부터 21세기에 들어 예술의 장르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의 특징 중의 하나는 성격이 다른 두 장르의 결합, 곧 이종(異種) 결합을 의미하는 용어가 생겨난 것입니다. 음악을 예로 살펴보면, 20세기 말에 생겨난 이 용어들은 하나의 경향을 띠기 시작해 10년 단위로 새로운 용어로 변화했는데, 70년대 팝클래식(Pop-Classic), 세미클래식(Semi-Classic)을 시작으로, 90년대 크로스오버뮤직(Cross Over Music), 2000년대 퓨전뮤직(Fusion Music)에 이어 최근에는 하이브리드뮤직(Hybrid Music) 등이 생겨났습니다. 이 용어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이 기존 작품과 다름을 표방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새롭다기보다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서양음악사에서도 나타납니다. 14세기의 프랑스의 음악가들이 이전 시대의 음악과 자신들의 음악을 차별화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음악을 ‘아르스 노바(Ars Nova, 신음악)’로 불렀고, 바로 전 시대의 음악을 ‘아르스 안티콰(Ars Antique, 구음악)’로 부른 것도 동일한 현상입니다.
사실 새로움으로 등장해 시도되고 있는 어떤 양식이나 주류 현상의 그 본질적 이념과 개념을 살펴보면, 이미 과거에 시도되었던 것이 새로운 용어(이름)로 바뀌어 등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음악만이 아닌 다른 장르의 예술도 그러합니다. 새로운 용어의 등장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기존의 것과 차별화되려는 사고, 상상력,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때문입니다.
20세기 음악에서 불리던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대한 용어들이 아방가르드·모더니즘·미니멀리즘·포스트모더니즘·크로스오버 등으로 구별되어 21세기의 음악을 차별화하려는 경향은 퓨전과 하이브리드란 용어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20세기의 현대음악과 구분하려는 21세기가 되었으며, 21세기의 음악의 경향으로 퓨전음악과 하이브리드음악을 언급하는 것입니다.
이 용어 모두 사전적 의미로는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융합을 말합니다.
이러한 용어는 동·서양의 음악적 경계, 대중음악과 예술음악의 경계, 전통과 현대의 경계, 장르 간의 경계 등을 허물고 있습니다. 이는 당대의 문화적 경향을 반영한 새로운 조류일 수도 있지만, 문화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여 상업적 의도성을 지닌 새로움일 수도, 단지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유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새로움은 단지 유행이 아니라 다음 시대의 예술경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작품경향이 사용자에 따라 크로스오버뮤직도 되고, 퓨전뮤직도 되고, 하이브리드뮤직도 된다면 이 용어들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실제 그렇게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단지 기존과 다름이라는 것으로의 새로운 예술은 결코 역사적이지 못한 예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