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심훈문학상 당선작 심사평
재미와 의미
심사위원 공주대학교 국문과 교수 조 동 길
공주대학교 국문과 교수 유 병 환
주최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응모작은 13명의 14편이었다(1명은 2편 응모). 모든 작품을 꼼꼼하게 다 읽어서 수준 미달인 작품을 일단 추려내고 어느 정도 소설적 완성도가 갖추어진 작품 6편을 골라냈다. 그 여섯편을 다시 읽으면서 문장, 구성, 주제, 인물, 묘사력 등을 항목별로 점수를 매겼다. 그 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자 가급적 상대적 기준을 적용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상위권 점수를 얻은 작품은 (윤규열 작), (박정선 작)였고, 공교롭게도 동점을 얻은 작품이 , , 이었다.
각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감을 말하자면 (주영숙 작)은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능란하나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진지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구경만의 세번에 걸친 결혼행각은 이야기는 재미있으나 철학의 부재라는 문제점이 있다. 철학없는 재미는 통속성과 통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소연 작)는 젊은 여대생이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엄한 할아버지와 갈등을 겪다가 할머니 산소를 함께 방문하면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국은 화해에 이른다는 이야긴데, 문장력에 아직은 설익은 면이 보이고 갈등의 해결에도 상투성이 노출되어 있다. 이만한 능력으로 젊은이다운 패기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소재를 다루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주선영 작)는 조기퇴직을 당한 고교 동기생 다섯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문장력이 사건을 끌고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분위기가 산만하고 특히 주제를 드러내는 중심사건의 포커스가 모호한 점이 아쉽다.
는 서해안 항구를 배경으로 하여 선화라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기성이와 병태아범이 벌이는 애정행각의 이야기다. 기성이의 뱃사람다운 기질이며 병태아범의 끈질긴 성격, 선화의 기성이에 대한 애착 등이 구수한 방언으로 감칠맛 있게 전개된다. 선화는 기성이가 배를 못타게 하기 위해 가진 돈을 다 털어 새우양식장을 차려 주는데 끝내 새만금 간척사업의 영향으로 홍수가 나서 양식장이 폐허가 돼버리는 결말부의 사건처리도 박진감 있게 처리되고 있다. 표제의 망둥어라는 고기가 갖는 상징성도 전체 주제와 잘 어울린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우리 현실이나 삶의 의미 탐색에 어떤 새로움을 줄수 있으며 또 얼마나 보편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 이 작품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는 로얄패밀리라는 상선이 해적의 습격을 받아 배를 빼앗기고, 그들이 내준 조그만 목선을 타고 바다 위를 표류하다가 태국 어선의 구조를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된다는 아주 독특한 제재의 작품이다. 그 배의 선원인 정우는 대학생 신분으로 배를 탔는데 그것은 가난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어렸을 때부터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아버지와 기도만 하며 끝없는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어머니로부터의 도피이기도 했다.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구조의 조짐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배는 물이 새 들어와 위험하고 엔진을 돌릴 기름은 바닥나가고 음식물도 이미 동나 버린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정우는 아버지를 떠올리고 어머니를 차츰 이해해 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는 죽음을 무릅쓰고 최후의 구조기회를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태국어선을 향해 헤엄쳐가다 기절한다. 이 작품은 사건전개의 긴장감이나 인물(성격)의 구현, 정교한 묘사를 통한 리얼리티의 확보, 그리고 극한 상황의 체험이 인간을 정화시킬 수 있다는 주제의 보편성에서 여타 작품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 젊은날의 방황을 타이틀의 중의적 상징성으로 활용한 솜씨도 범상치 않은 재능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다큐멘터리나 르포르타쥬 같은 칼라를 좀 탈색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당선작을 한편만 골라야 한다는 주최측의 규정에 따라 안타깝지만 다른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잠재적 능력을 뒤로 한 채 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더욱 정진하여 매섭고 걸출한 작가로 대성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전체 작품을 읽고 난 느낌을 종합적으로 말하면, 우선 소설창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전국적인 공모에 응모하려면 최소한 요즘 컴퓨터에 탑재되어 있는 맞춤범 검사라도 한번쯤 거치고 난 뒤에 보내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소재 선택에서도 좀 시야를 넓혀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미세서사가 판치는 세상이기는 해도 중편소설에서 다룰만한 값어치의 소재를 고르는 정성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주제의식의 빈약함이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의미’도 있어야 한다. 특히 ‘심훈문학상’이라는 의의를 생각한다면 세상과 현실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작가로서의 다부진 자세와 더 나아가 우리 소설사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는 철학적 안목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그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존경하는 작가인 심훈 선생을 기리는 공모작의 심사를 맡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주최측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심훈문학상 심사위원 악력
■조동길(공주대학교수)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학위취득
-고려대 강사역임
-현재 공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공주문인협회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저서
한국 현대 장편소설 연구(국학자료원)
현대문학의 이해(공주대 출판부)
우리 소설속의 여성들(새미) 외 다수
-소설집
쥐뿔(새미)
달걀로 바위깨기(새미) 등 다수
■유병환(공주대학교수)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학위취득
- 동인으로 활동
-1973년에 추천완료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
-시집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