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여러 이슈를 삼킨 사건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이었다. 이세돌의 분투와 휴머니즘에 대한 열광은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로봇은 앞으로 더욱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은 인공지능의 개발이 단순노동자 뿐만 아니라 전문영역의 일자리까지 없앨 것이라는 경고다. 임기응변이 필요한 운전직과 변호사, 의사, 애널리스트 등의 전문 직업이 미래에는 사라질 것이다.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력이 남아돌 것이다.

단순노동은 숙련된 기술을 보여주는 자동화 기계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알파고가 전문기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었고 그것이 나중에 고정관념에 얽히지 않는 정확한 수였음이 밝혀졌을 때 이미 그것은 증명됐다.

앞으로 충분한 급여를 주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이 실업자로 사회의 보살핌을 받는 지경으로 몰릴 것이다. 자동화의 혜택은 자본과 국가가 보고 사회복지예산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즉 많은 사람이 주체적인 삶을 사는 노동자에서 국가의 보살핌을 받는 백성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당진시립도서관에는 도서반납기와 도서대출기가 있다. 도서대출자가 직접 반납기와 도서대출기를 조작해 대출과 반납을 한다. 소비자인 대출자가 직접 노동을 하고도서를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기능은 인터넷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대신하고 있다. 그만큼 사서 인력이 줄었다. 시립도서관이 법정 사서고용인원을 지키지 않고도 돌아가는 이유기도 하다.

면천IC의 하이패스와 무인정산기는 더욱 무섭다. 아무리 숙련된 톨게이트 직원도 하이패스를 이길 수는 없다. 하이패스 1대는 몇 명의 인력을 대신하고 진입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해준다. 무인정산기는 어떤가? 사람이 정산할 적에는 서로 손을 뻗어 주고받지만 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무인정산기는 운전자가 직접 통행권을 삽입하고 돈을 넣으려면 차를 바짝 대야한다. 늘 내려서 하거나 꾸겨진 지폐는 토해내기 일수여서 결국은 사람이 옆에 서서 무인정산기의 시중을 드는 모습이라니.

일자리 창출은 지자체의 관심사다. 일자리정보센터, 통합일자리 창출, 노인일자리센터,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일자리문제, 다문화가정의 일자리,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대책 등 수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에는 우리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복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도로공사의 하이패스와 무인정산기, 당진시립도서관의 무인반납기와 대출기 그리고 검색기가 없다면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인데 국가가 한쪽에서는 인건비절감을 예산절감이라 하면서 일자리를 없애면서 시혜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자체는 공공 부분에 무인민원발급기, 자동대출기, 반납기 등 로봇을 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일자리를 위해서 정책소비자인 시민들이 불편함을 감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예산절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산 절감한 것이 실업자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으로 더 많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서 세금을 물려야 한다. 세금을 물리기 어려운 공공부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자동화를 중지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잉여 노동력을 양산하고 그들을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한 생산성향상의 이익은 모두가 누려야 하는 것이다.

“인류에게 위협은 로봇이 아니라 그 로봇들이 만들어낸 소득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이다”

- 스티븐 호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