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우리가 항상 만나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하나는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고 다른 하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함이다.
당진시에서도 겨울이 다가오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따듯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행사들이 시내 곳곳에서 진행된다. ‘나눔’은 우리 모두를 따듯한 공동체로 만들어준다. 이러한 인간의 따듯한 성품은 어쩌면 인류가 출발한 시점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332년 전 바로크시대, 오늘날 우리 ‘나눔’의 모습과 같은 마치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웃 돌봄을 실천하며 살았던 한 작곡가와 그의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알고 있는 작곡가들을 묻는다면 늘 세 명 안에 등장하는 이름이 있는데 바로 핸델 (George Friedrich Handel 1685~1759, 독일→영국)이다. 1685년 독일에서 태어나 그가 25세 때 영국을 방문한 후, 귀화하여 나머지 49년의 삶은 영국인으로 살았다. 오늘날의 핸델을 만든 명 작품들 또한 대부분 영국에서 작곡됐기에 그를 영국 작곡가라고 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니다. 핸델은 어린 시절부터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보였으나, 의사였던 아버지는 그가 음악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 아들이 음악적인 사교육을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핸델이 초등학교 1학년 무렵, 한 공작이 핸델의 오르간 연주를 듣게 되고 핸델의 음악교육을 자청한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핸델이 법조인이 되길 원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법대에 진학한 핸델은 결국 자퇴하고 음악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 후, 핸델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을 오가며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과 수학하게 된다.
그 시대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의 장르는 오페라였고, 1711년 핸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페라 리날도를 작곡하여, 영국 왕실 극장에서 초연한다. 그 후 영국 왕실에서 핸델을 주목했고 여왕의 총애를 받아 영국 왕실의 악장으로 임명 받게 되었다. 이는 음악인의 성공의 시각으로 볼 때 최고의 정점에 오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듯 부와 명예를 토대로 핸델은 많은 작품들을 작곡하며 명성을 이어갔지만, 그도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 대중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오페라의 발전과 더 활발한 활동을 위해, 핸델은 오페라기획사를 설립하여 운영했다. 하지만 한 시대를 장식했던 오페라 역시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녹록치 않은 오페라단 운영과 연일 실패하는 오페라 공연 그리고, 출연자들과의 끊임없는 천문학적인 출연료 분쟁 등 법정 싸움이 지속되었고, 급기야 핸델은 파산신청까지 이르게 되었다. 핸델은 이 위기를 극복하려 애썼지만 상상할 수 없는 빚더미 속에서 허덕이는 삶을 살아야만 했고 그로인해 건강마저 쇠약해져 1737년 그가 52세 때, 뇌졸중으로 반신 마비상태가 되었다. 핸델은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고별음악회를 준비할 무렵 그에게 생의 전환점이 되는 2가지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 가지는 핸델의 친구이자 대본가였던 챨스 제넌스(Charles Jennens)가 그리스도의 삶을 기초로 한 가극 대사를 써준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국 더블린의 한 자선음악단체로부터 오라토리오의 작곡을 의뢰받은 것이다. 1741년 8월22일 핸델은 이 두 가지를 신이 허락한 마지막 기회라 받아들이고 열광과 흥분에 휩싸여 곧바로 작곡에 착수하게 된다.
9월12일까지 그는 식음을 전폐하며 자택에서 눈물과 감동으로 오로지 작곡에만 몰두하여, 2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60페이지 분량의 대곡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메시아’ 라고 불렀다. 메시아의 초연은 다음해인 1742년 4월12일 핸델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당시 수많은 대중들은 이 연주를 기대했고 입장권은 조기 매진 됐으며, 유일한 대중매체였던 신문들의 광고에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현란한 복장은 삼가라”고 경고하였다. 이 자리에 국왕이 참석하였고 연주 중 <No.44 할렐루야> 합창을 감상하던 국왕은 너무나 벅찬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에 따라 모든 관중들이 함께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연주 관행은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이 공연을 시점으로 핸델의 모든 삶은 회복되었고 그의 명성도 되찾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핸델은 이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찬사와 재물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하여, 이후 열렸던 약 30회의 메시아 공연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과 고아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이 일은 한 개인이 삶을 통해 이룩한 음악적 성과로는 가장 클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논평을 통해 “어느 작곡가의 작품 중에서도 고난당하는 인간을 구제하는 일에 이처럼 기여한 곡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핸델의 삶 또한 고스란히 담긴 작품 <메시아>는 종교음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 이상의 의미로 봐야할 것이다.
이는 종교를 뛰어넘어 전 인류를 위한 음악인 것이다. 그는 인생에서 최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며 다시 회복했을 때, 어려운 이웃과 굶주린 자 그리고 고아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핸델을 흔히 ‘음악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편 핸델의 <메시아, Messiah HWV 56> 공연은 당진시에서는 최초로 오는 12월 10일 문예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