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새카매. 살 수가 없어, 시커멓게 분진과 쇳가루가 내려앉은 배추를 어디에 팔아? 누가 먹을껴? 벼 말리려고 널어놓으면 며칠 새 분진으로 가득한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해? 소 여물로도 못 줘! 주민들이 민원 넣으면 시정하겠다, 조치하겠다, 말만 하지 깜깜무소식이야. 25년 동안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주민들 우롱하고 기만하는 거여. 자기들 주머니는 채우면서, 어떻게 주민들한테 이럴 수가 있어!”
환영철강 주변에 살고 있는 석문면 삼화3리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들이 환영철강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지 20여 년,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었다. 검은 분진과 시끄러운 소음이 일상이 됐지만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스트레스와 건강에 대한 염려, 일상의 불편함은 환영철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갈등의 골 만큼이나 더 깊어져 갔다.
연매출 5000억…과태료 120만 원
지난 1993년 당진공장을 준공해 운영하고 있는 환영철강은 100t급의 전기로를 비롯해 연산 80만t급 연주기를 갖추고 건설자재용 철근 등을 생산하고 있다. 매일 25t 대형트럭 100대가 고철을 싣고 환영철강을 드나들고, 2만7000㎡(약 8000평)의 야적장에 2만5000t의 고철이 보관돼 있다. 지난해에만 75만t의 철근과 73만t의 빌렛을 생산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4903억 원에 달해 지난 4년 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영철강 홈페이지 등 참조)
주민들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민원을 제기했다. 날리는 분진과 쇳가루로 인해 빨래를 밖에 널 수도 없고, 창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는 지경이며, 야간에는 대포를 쏘는 것처럼 꽝꽝 대는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수차례 호소했다. 대형 차량들이 오가면서 떨어뜨린 날카로운 폐고철로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나는 것은 물론이고, 도로변에 불법주정차 한 트럭들로 사고 위험이 크다고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주민들의 삶이 변한 건 없었다.
그러나 환영철강은 지난해와 올해, 대기오염과 비산먼지 기준치를 초과해 4건의 행정처분을 받았고 120만 원의 과태료를 낸 것이 전부였다. 수없이 많은 민원이 제기됐지만, 연매출 5000억 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2년 동안 낸 과태료는 불과 120만 원이었다.
“법적 기준치? 측정 시 잠깐일 뿐”
환영철강은 먼지·악취를 개선하기 위해 전기 아크로 백필터, 사이클론·냉각실 호퍼 교체 주기를 연 2회에서 3회로 단축하고, 소음이 발생하는 산소공장 인근에 8000만 원을 들여 방음벽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형차량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조치로 현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고철 야적장에서 비산되는 먼지가 많으니 돔을 씌워달라는 요구도 지금까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삼화리 환경·공해 비상대책위원장인 조병국 삼화3리 이장은 “환영철강은 비산먼지·쇳가루 피해가 환영철강에서 비롯된 근거가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더 이상 주민들은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기준치가 문제”라며 “측정 당시 기준을 초과되지 않는다고 해서 처분하지 못하지만 주민들은 25년 동안 누적된 환경문제 속에서 살아왔다”고 꼬집었다.
주민 안근자 씨는 “일 년에 두 번, 명절 때마다 주민들한테 선심 쓰듯 김 한 박스씩 주는 거, 다 필요 없다”며 “농사지을 수 없는 인근 땅을 다 사버리던지, 환경시설을 개선하거나 주민 이주대책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두원 전 이장은 “이제는 주민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며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다 스스로 대안을 찾고자 일본 제철소를 3번이나 견학할 만큼 지난 25년 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전혀 변함이 없다”고 허탈감을 나타냈다.
시의회 “행정에서 적극 나서야”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면서 지난 21일 당진시의회 의원들의 현장방문이 이뤄졌다. 그러나 의원들은 환영철강 내부는 커녕 문 앞에도 가지 못하고, 길 건너에서 당진시 환경정책과의 브리핑과 주민들의 호소만 들어야 했다.
김기재 의장은 “주민들의 애절한 호소와 행정의 태도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하며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업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지속적으로 계도·점검하는 등 환경문제 해소 방안을 행정에서 적극 모색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종억 의원은 “과거 내부 역학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업체 측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며 “분진·소음·쇳가루 피해가 심각한데 말 뿐, 주민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한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명진 의원은 “업체에 대한 불시점검”을 주문했으며, 이종윤 의원은 “비산먼지·악취·소음 등 환경오염 감축시설 개보수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점검할 의무가 당진시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 당진화력발전소 인근 마을인 교로리에서는 석탄가루로 추정되는 검은 가루가 온 동네를 뒤엎어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환영철강 인근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 상황>
- 분진·비산먼지·쇳가루 피해: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농작물을 널지 못함. 마당이 옥상에 새카만 분진과 쇳가루가 가득하고, 세차 후 하루만 지나도 까맣게 분진이 내려 않음.
- 소음·악취 피해: 특히 야간 시간에 대포 소리 같이 꽝꽝 대는 소리가 심함. 더러 악취도 남.
- 농작물 피해: 분진과 쇳가루로 배추 속이 새카맣고, 벼·콩 등 각종 농작물에 분진이 발견 됨.
- 야간 불빛 피해: 밤새 켜 놓은 불빛 때문에 가축을 기를 수가 없음.
- 비가 오는 날에는 오폐수로 추정되는 물질이 석문호로 흘러 듦.
- 업체 내 야적장에 보관된 폐고철이 야외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비산먼지가 심각하고, 우천시 오폐수 누출 우려가 있음.
- 고철을 싣고 다니는 차량 다수가 덮개를 하지 않음. 도로에 떨어진 날카로운 폐고철로 인해 주민들의 차량 바퀴가 수차례 펑크 남.
- 대형 차량 도로변 불법주정차로 인해, 우회전·좌회전 시 시야가 확보되지 못해 사고 위험이 큼.
- 지역에 환경문제가 심하다 보니 부동산 매매가 되지 않는 등 재산 상 피해를 입고 있음.
- 지난 25년 간 각종 피해에 대해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지만 시정된 게 거의 없음.
- 당진화력·현대제철 등 대규모 사업장과는 달리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