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을 사로잡는 소리

장·사·익

'삼식이'는 절로 웃음나는 해학적인 곡

96년에 1집 '하늘 가는 길'을 발표하며 40대 후반의 나이에 데뷔라는 노익장을 발휘했던 장사익은 “자유” 공연을 통해 자기마음대로 풀어대는 소리로 듣는 이의 귀를 끌었고 이는 전국 순회공연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되었다. 이로서 당진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쳐 공연문화에 목마른 우리를 충족케 하였다.

그의 소리(굳이 노래 또는 곡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그의 노래란 ‘맺고 푸는 것, 꽉 묶었다가 시원하고 개운하게 풀어주는 우리 소리의 맛’이기 때문)는 정서적 체험이 없는 이들의 귀조차 잡아 채었다. 이는 민족적 정서니 어쩌니 하는 이유보다 잔칫날 흥을 돋구는 소리꾼처럼 현장에서 사람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만의 방식 때문이었다.

그에게 노래는 ‘작곡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노래를 빚어내는 것’이고 ‘흥얼거림’이었고 이는 동명 타이틀곡 '하늘 가는 길'에서 10분여의 시간 동안 풀어내는 소리의 감동으로 충분히 증명되는 것이다.

또한 신중현의 원곡 '봄비', 당시의 조관우의 커버와 비교되던 '님은 먼곳에', 김광석의 기타와 임동창의 피아노와 함께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열아홉 순정' 등의 장사익식 해석은 정해진 규칙 없이도 얼마만큼 훌륭히 노래를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그의 이번 2집 기침은 현재 투병중인 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것으로 그는 인생살이의 이야기를 '돌아 누워도 돌아 누워도 / 찾아오는 환장할 기침은 언제나 끝이 나려는지... 삶은 언제나 가시박힌 손톱의 아픔이라고 / 아무리 다짐을 놓아 보아도... '라고 풀어낸다.

지난 앨범에서 임동창의 피아노가 큰 역할을 하였다면 이번에는 기타의 김광석의 역할이 좀더 커지고 사물과 첼로, 드럼, 베이스 등의 악기가 어우러지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이는 일렉트릭 기타와 사물이 공존하는 “삼식이”이라는 곡에서 정확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곡은 그의 해학적인 소리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곡이다. 어렸을적 들었음직한, 어머니가 밖으로만 나도는 아이를 저녁에 부르는 소리로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이러한 요소는 지난 앨범에 비해 적어졌으며 상대적으로 '민들레' '귀가' 등에서 보여지듯 자신 내부로의 침잠이 더 두드러진다.

그리고 '뜨거운 침묵' '비내리는 고모령' '대전블루스' 등의 예전의 곡을 부른 것은 1집의 연장선이다. 고(故) 이봉조의 곡을 이정식의 색소폰과 함께 풀어낸 '뜨거운 침묵'은 이중의 압권.

당진 공연에서 보여주었듯 그의 음악은 격이 없었다. 그 격은 현대 예술인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아닌가 싶다.

최 현 준(당진음악동호회 회장 / 뮤직박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