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과연 사회보장제도인가?
비싼 보험료, 의료혜택은 밑바닥- 이명자
농민들 울리는 의료보험 전면 수술해야
현행 조합주의 방식의 의료보험제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계층은 농어민이다
보험료 산정기준에서부터 불이익을 당하고
열악한 농촌 의료환경에서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누리지도 못한다
쌀값 인상률보다 배이상 높이 오르는 보험료는
이제 농민들에겐 조합비가 아니라 세금으로 전락했다
세금으로 전락한 의보료
의료보험제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지 8년째를 맞고 있다. 부의 재분배를 통해 가난한 이들도 돈걱정하지 않고 의료혜택을 받아 질병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의료보험제도는 따라서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다.
그렇다면 현재의 의료보험제도는 이러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가? 불행히도 대답은 ‘아니오’다. 사회적으로 저소득층인 농민들에게 언제부턴가 의료보험은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달달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전락했다.
열악한 지역의 의료환경과 낮은 진료수가로 충분한 진료와 향상된 서비스를 받지 못함에도 보험료는 해마다 큰폭으로 올라 가계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고 건강한 젊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가난하고 병든 노약자의 건강권을 확보한다는 의료보험제도의 기본원칙은 조합주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의보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지켜질 수 없게 되어있다.
해마다 오르는 의보료,
원인은 어디에
조합주의 방식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택하고 있는 관리운영방식이다. 이는 의료보험조합을 직장, 지역, 공무원 등으로 구분하고 417개의 조합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방식이며 각 조합이 독립채산제를 택하고 있다.
독립채산제란 당진조합은 당진조합대로 서울의 강남조합은 강남조합대로 각기 그 조합의 조합원 호주머니를 털어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때문에 조합마다 재정적인 편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특히 병원에 갈 일이 많은 나이든 농어민이 대다수인 농어촌 지역의보의 경우 공무원, 직장의보에 비해 턱없이 재정이 모자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로 현재 도시지역이나 공무원, 직장의보에선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도 총 4조3천억이란 재정이 남아 돌고 있는데 비해 대다수의 농어촌 지역의보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같은 농어촌 지역의보의 재정적자는 곧 지역의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매년 평균 10%이상씩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보험료 산정기준에 있어서도 농어촌 지역의보는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를 부담하게 되어있다.
직장, 공무원 조합은 월소득의 일정비율만을 보험료로 부담하면 되지만 지역조합의 경우 기본료에 가족수에 대한 보험료와 재산(논, 밭, 가축등), 소득(농지쪾종합소득, 농지소득은 논, 밭등 재산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중복된다) 등의 보험료를 추가하여 내게 되어있다. 이러한 불공평한 보험료 부담원칙 또한 의료보험이 각기 조합별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의보료 인상률 쌀값의 세배
그렇다면 지역의보에 가입해있는 당진군민들은 얼마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가.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현행 의보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96년 6월 현재 지역의보에 가입해 있는 세대수는 2만2천7백12세대, 피보험자수는 7만5천9백65명이다. 이는 전체 당진군민의 61% 수준이다. 또한 피보험 세대의 65%가 농가세대이다.
88년 당진군 지역의보 가입자가 부담했던 세대당 평균 보험료는 5천8백원이었다. 7년반이 지난 지금의 세대당 평균 보험료는 1만8천원으로 무려 300%이상이 올랐다.
88년 쌀 수매가(80kg 1등급 기준)가 8만8천4백40원 95년말 수매가가 13만1천6백63원으로 100%도 오르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보면 실질적인 농가소득은 감소되었는데 보험료 부담은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이처럼 높은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보험료 산정기준이 불합리한데서 비롯된다. 이 부과기준에 따라 당진군 피보험자중 최고의 보험료를 내는 가구는 7만2천1백원이고, 최저의 보험료를 내는 가구는 섬지역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6천원이다.
이는 같은 소득수준의 직장인과 공무원보다 두배이상 많이 부담하는 것이다. 직장이나 공무원 의보는 사용자(공무원은 국가)가 보험료를 50% 부담하기 때문에 월평균소득 120만원 정도의 당진군 계장급 공무원의 보험료가 2만원을 넘지 않는데 비해 같은 소득수준의 농민이 내는 보험료는 3만5천원이 넘고 있다.
보험료만큼 혜택도 많다면...
그렇다면 당진군민들이 부담하는 많은 보험료에 비해 누리는 의료혜택은 어느 정도인가.
현행제도에 따르면 최종 진료비의 본인 부담율이 전체 진료비의 55%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50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보험에서 부담하고 많아야 본인 부담율이 20~30%를 넘지 않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현행의료보험이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없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의료혜택의 질을 가늠하는 요소는 의료기관의 근접도와 의료기관의 질이다. 현재 당진군에는 29개의 병의원이 있다. 그러나 변변한 종합병원 하나 없다보니 진료과목이 아예 없는 것도 있어 온양이나 천안으로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지나치게 낮은 진료수가로 병원측은 가능한 많은 급여를 타내기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하거나 CT등 고가장비의 오쪾남용, 허위로 진료카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적립금이 남아돈다는 직장, 공무원 의보의 경우 상대적으로 훨씬 나은 의료혜택을 받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농어촌 지역의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나은 의료혜택을 볼 수 없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더라도 그간 적립된 돈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보에 가입해 더 많은 보험료를 또 내야 한다. 결국 이래저래 조합주의 방식의 현행 의료보험제도는 농민뿐만 아니라 전주민에게 사회보장이 아니라 사용자 부담의 의료제도에 불과한 것이다.
의보통합 유일한 대안
이처럼 사회보장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현행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각기 달리 운영되고 있는 의료보험조합을 하나로 통합하는 통합의료보험제도의 실시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체 적립금을 함께 쓸 수 있기 때문에 부자조합과 가난한 조합이 따로 생기지 않으며 보험료 인상이 저하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어 의료혜택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역의보의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간 6천억원의 정부보조금이 필요없게 되므로 이 돈을 농어촌지역의 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데 쓸 수 있다.
통합의료 보험제도의 실시는 현재 대다수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정부여당도 지난 4월 총선 때 통합의보실시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역의보실시 초기부터 꾸준히 통합을 주장해 왔던 당진군 농민회(회장 박성만)는 올 하반기 주요사업으로 ‘통합의보쟁취’를 잡아 놓고 있다. 오는 9월 10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농민대회에서도 의보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의료보험제도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인 통합의료보험은 실시는 이제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전군민의 과제가 되어야 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