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비평
‘서세원쇼 토크박스’의 멀쩡한 사람 바보만들기
가수 김조한에 대한 지나친 놀림
2월20일자 ‘서세원쇼’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KBS 서세원쇼 인터넷게시판에는 방송후 이틀만에 4000여개나 되는 의견이 올라왔으며 그 대부분의 내용은 그날 ‘토크박스’에 출연한 가수들과 진행자들이 게스트로 함께 출연한 가수 김조한을 상대로 지나친 비하발언과 약점 들춰내기로 억지웃음을 자아내려 했다는 것에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방송내용은 이렇다.
이번주 서세원쇼의 ‘토크박스’는 인기가수들이 솔로가수팀과 듀엣가수팀으로 나뉘어 어느 팀의 입담이 더 뛰어난가 대결하는 양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평소의 ‘토크박스’ 때처럼 누가 더 많이 웃기나하는 치열한 경쟁으로 불꽃이 튀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출연진들의 재미난 이야기로 방송의 열기는 고조에 달했다.
그런데 문제는 솔로가수팀으로 출전한 김조한이 마이크를 잡으면서부터 발생했다. 평소 쇼 오락프로에 얼굴을 잘 내밀지 않기로 유명한 김조한이지만 새로나온 앨범 홍보탓인지 올해 들어 유난히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프로에도 가끔 얼굴을 보이곤 하는 그였다.
아직 한국말이 서투른 그이기에 그가 하는 발음과 말투는 여전히 매끄럽지 못했고 그가 말한마디 할 때마다 방청객에선 작은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이를 놓칠새라 동료 출연자들이 그의 발음을 지적하며 놀리기 시작했고, 특히 가수 임창정은 그의 말을 대신 통역해주겠다며 계속 김조한의 이야기를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비하시키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의 이러한 행동을 말렸어야 할 진행자 서세원 역시 “김조한씨 얘기는 전혀 못알아듣겠어!!”라며 한술 더 뜬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김조한에게 계속해서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보라는 재촉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번 김조한에 대한 놀림으로 웃음을 주는데 성공하자, 계속해서 출연진들은 그를 개그의 소재로 삼기 시작했고, 특히 임창정은 김조한의 독특한 R&B 창법에 대해 “노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가사내용이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라며 상당히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송내용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는 커녕, 동료가수를 제물로 삼아 억지 웃음을 선사하려던 출연진들에 대해 심한 불쾌감만 안겨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항의글들 중에는 ‘서세원쇼’가 이제는 미국의 저질오락프로의 대명사인 ‘제리스프링어쇼’를 흉내내고 있다는 지적까지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특히나 시청자들은 서세원쇼 제작진과 진행자 서세원에 대한 불만보다 오히려 그날 출연한 가수 임창정에게 비난의 화살을 모조리 쏟아붓고 있는데 지금 인터넷 게시판은 임창정을 변호하려는 그의 팬클럽 사람들의 글과 그런 팬들의 태도마저 실망스럽다는 사람들의 비난글이 하루에도 몇천건씩 설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가수 임창정과 진행자 서세원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시못할 만큼 상당히 많이 쏟아지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시청자들의 항의에 대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되는 바이다. 일단 다음주 서세원쇼를 보면 그 해답이 밝혀질 수 있을 듯하다.
그날 방송중 문득 한 장면이 떠오른다. 김조한이 동료들의 불쾌한 놀림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마이크를 내려 놓았을 때 그런 그를 가리키며 임창정이 한 말이다.
“하하.. 뭐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웃기는 데는 성공하셨네요.”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를 남한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남을 비하해서 웃음을 선사하더라도 일단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요즘 연예인들의 태도가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오마이뉴스 백승광 기자(evilbae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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