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장! 이는 현대제철을 일컫는 말로 당진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표현이다. 지난 3월 2일 새벽 현대제철 당진 냉연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아연 도금 포트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3일 뒤 예산의 현대제철 협력업체에서 25세의 젊은 노동자가 청소작업 중 금형기가 떨어지면서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냉연공장의 경우 과거 동일한 공정에서 동일한 재해가 두 번이나 발생했음에도 특별한 보완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해 왔다. 위험한 쇳물을 담고 있는 포트 주변에 안전난간조차 설치하지 않았고 법에서 정한 2인1조 작업의 원칙을 무시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하는 현장노동자의 요구조차 외면하고 결국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스스로 죽음의 공장임을 증명한 것이다.
재해가 아닌 사회적 살인
산재의 근본 원인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에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생산과정을 더 빨리 가동하게 하고, 안전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화한다. 안전설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저임금 노동자를 사용하며 위험을 외주화 한다. 이렇게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에 의해 희생되는 노동자가 한해 2000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지속되는 것은 이윤추구를 위한 자본의 탐욕 뿐만 아니라 이를 지지해 주는 사회 시스템 또한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사회적 살인’이라 한다.
지난 3월 5일 발표된 현대제철 냉연공장 사고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사고의 직접 원인은 “사업주의 안전조치(추락방지조치) 위반”이나 그 이면에는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감시자 미배치, 위험작업에 대한 단독작업 실시(2인1조 위반), 추가 설비 도입을 통한 작업방식의 미전환, 작업 매뉴얼 조차 없는 비정상 작업, 위험의 외주화(재해자는 정규직이 아닌 별정직이었음), 노동자의 안전보건관리 참여와 의견수렴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했다. 결국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지적된 사항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난 참사였던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의 안일함을 지적하고 있다. 2020년 같은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시행했음에도 이 위험요인을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초래한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요인은 산업재해에 대한 미온적 처벌로써 자본과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계속 키우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하여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이를 두고 자본과 보수언론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기업에게 가혹한 법이라며 무력화하기 위해 총력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자본에게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선의에 기반한 자구적 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이윤이라는 동인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 산업안전 확보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은 이윤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지금과 같은 규제로는 현재 수준의 산재를 줄이지 못한다.
따라서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더 강력한 사회적 제제가 필요하며 이는 이미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사례에서 증명되었다.
이제 우리는 자본의 이윤 보장과 절대 다수의 노동자 안전 중 어디에 중심을 둘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막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보다 더 강력한 기업살인법을 가진 영국에서 조차 기업은 몰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