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균형발전·환경중심 개발 ‘절실’

편집자 주//

지난 6월 해양수산부에서 관련 기관 및 단체에 전달한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은 지역의 많은 인사들로부터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번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은 평택쪽에 편중된 개발계획으로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난개발로 해양환경을 파괴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의 개발계획이 지나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지역·계층간 불균형을 낳고 난개발을 부추켜 환경파괴를 심화시킨 점을 감안할 때 항만기본계획 역시 새로운 시대적 추세에 맞게 균형발전과 환경친화적 개발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은 당진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과연 서해안시대를 열어 줄 지역의 청사진이 될 수 있는가. 지역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각종 연구자료들을 중심으로 집중 분석했다.

2011년까지 평택 54개, 당진 20개 선좌 개발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발의 주요 목표는 △수도권의 수출입 화물을 분담처리하는 중부지역의 물류거점항만 개발 △서해 중부권의 중심으로 대중국 등의 교역화물 및 배후세력권의 화물처리 △아산권 배후산업단지 지원항만 개발 등이다.

이번 개발 목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리적 특성상 평택항은 수도권 물동량 분산과 서해 중부권 화물처리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충남 북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이러한 개발목표가 계획안에서 제시하고 있는대로 수도권과 중부권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개발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수도권과 중부권 간에 완충지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각 권역은 서로 다른 개발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평택항이 이 두 지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인천지방 해양수산청 평택출장소의 관할을 받고 있는데다 이후 평택지방 해양수산청 출범을 앞두고 있어 과연 두 지역의 균형적인 개발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목표연도인 2011년까지 평택쪽에는 54개 선좌를 개발할 계획인데 비해 당진쪽에는 20개의 선좌만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이 평택지역은 대부분 일반잡화 부두를 중심으로 정부재정투자로 계획이 잡혀 있는 반면 당진지역에는 대부분 철강 등 원료부두로 민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단지 계획으로 그치고 만다.

수도권 물동량 분산 우선, 불균형 개발 예견돼

당초 수립된 지난 95년의 평택(아산)항 종합개발기본계획에서 평택항은 지금보다 훨씬 분명하게 수도권 화물수송을 분산처리하고 인천항의 적체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체항만으로 건설되는 동시에 평택산업단지 지원항만으로서 중서부권의 해상 화물량을 처리할 목적으로 계획됐다. 처음부터 다분히 수도권을 염두에 둔 개발계획으로 불균형 개발은 이미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제출된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은 당초 계획에서 ‘평택산업단지 지원항만’이라는 문구를 빼고 ‘아산권 배후산업단지 지원항만’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등 이전에 비해 충남권의 개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인 흔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계획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체적인 개발계획은 여전히 수도권 화물수송의 분산처리와 인천항의 적체현상 해소를 위한 대체항만으로서의 성격이 역력하다.

당진해운의 이병성 상무는 “항만 건설시 입지선정은 항로와 정박시 안전성, 항만운영의 효율성, 접근성, 관련산업과의 근접성, 분산성, 지역 균형개발, 건설비용 등이 우선 반영돼야 함에도 평택항 개발계획은 계획수립 당시의 수도권(인천항) 물동량의 분산만을 고려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진지역, 민자유치해야 하는 원료부두 대부분

과거 국토종합계획에 따르면 평택은 수도권 분산정책에 따라 일반 경공업을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반면 당진은 철강 등의 중화학공업을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평택쪽에는 잡화를 취급할 수 있는 일반부두와 컨테이너 부두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당진은 철강을 위주로 한 원료부두가 건설되고 있다.

원료부두는 민자를 유치해 건설해야 하는 반면 일반부두는 보다 공공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정부재정투자로 건설한다. 따라서 당진지역은 민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계획으로 그치는 반면 평택지역은 정부재정투자이기 때문에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해당기업이 자체수요에 따라 부두 확충을 희망할 경우 계획안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하지만 3만톤급 1선좌 건설비용이 6백억원을 육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의 기업 사정이나 경쟁력으로는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며 민자부두를 건설하려는 사업자는 있을리 만무하다.

공단면적은 경기도의 2배, 선석수는 1/4

아산만내 임해공업용지 조성현황을 보면 경기지역이 1천239만6천㎡, 충남지역은 2천373만7천㎡로 충남지역이 2배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접안시설 배치는 당진지역이 12개 선석으로 평택·화성지역의 48개 선석에 비해 1/4에 불과하다.

기업체가 특정 공단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항만, 도로 등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각종 기반시설의 유무를 무엇보다 고려하게 된다. 때문에 항만시설의 유치는 지역 공단의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공장건설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항만시설이 잘 발달돼 있는 평택지역 공단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포승공단의 경우 총 13선석 중 4선석을 국가재정으로 개발하고 추가로 3개 선석을 국가재정으로 건설하면서 면적과 개발여건이 비슷한 당진쪽 고대·부곡공단의 경우 전량 민자로 계획하고 선석수도 5천톤급을 포함한 4개 선석만 계획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밝힌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환경중시는 총론에서만 나타날 뿐, 각론에서는 이전의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해양환경 피해 우려

평택(아산)항 기본계획(안)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의 갑문식 시설은 취소됐지만 내항 개발 역시 바닷물을 가둬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해양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산만 방조제와 삽교천 방조제 바로 전면의 갯벌을 2/3 가량 매립해 조성하고 있어 향후 당진지역에 수해와 갯벌유실 등 각종 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평택지역에 집중된 친수공간 역시 당진지역에 무엇보다 필요한 시설이라는 지적이다. 바다와 가까이 하기 위해 각종 해양생태공원 등으로 조성되는 친수공간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당진지역에는 한곳도 조성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계획안에서는 당진군이 관광지로 집중 개발하고 있는 왜목마을 바로 전면에 교로리 투기장을 계획하고 있어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03년까지 133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으로 실제 투기장으로 조성될 경우 지역 관광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계획안에는 경기 화성시 화옹호와 제부도 앞 공유수면을 매립해 평택항의 부두건설용 장래확장지구로 지정키로 함에 따라 현재 125㎢인 기존 평택항 지역은 배 이상 늘고 경기도내 갯벌의 68%를 차지하는 평택 화성지역의 갯벌 210㎢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운동단체에서 해양생태계 피해 등을 이유로 평택항 개발계획의 축소를 줄곧 요구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크게 확대함으로써 아산만권의 환경재앙 마져 우려되고 있다. 당진 환경운동연합의 김병빈 사무국장은 “무분별한 항구개발로 커다란 환경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물동량과 개발여건을 고려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항만건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균형발전·환경중심 사고 반영돼야

이전의 국토개발 및 평택항 건설계획은 지난 80년대에 입안된 것으로 개발독재하에서 국가주도의 급속한 개발과 성장을 위주로 한 건설계획이기 때문에 지역간 균형적 발전과 환경문제를 도외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2000년대를 맞이한 만큼 80년대식 개발과 성장위주의 패러다임은 변화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안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역의 많은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발표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의 취지대로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환경중시의 기조가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중부권의 개발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평택항의 구조적 한계상 각 권역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당진항의 분리지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