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지나고 은행 업무를 복귀한 뒤 객장에 손님이 없어 근무일지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나른함에 눈이 풀려 졸음이 밀려오는 순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고객이 은행 문을 다급히 열고 들어왔다. 여성은 “저기요! 사고가 났는데 어디로 가야 돼요?”라며 큰 소리로 물었다.

원인을 알고 보니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이 보낸 문자에 속아 고객의 핸드폰에 악성 앱이 설치됐고, 폰뱅킹 앱에서 고액이 빠져나갔으며 범죄 일당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카드 대출까지 받을 상황이었다.

나는 금융사고 창구로 그를 안내하고 피해 고객에게 “혹시 자녀사칭으로 당하신겁니까?”라고 묻자 “맞아요”라고 답했다. 찰나의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도 범죄 수법을 알려 피해를 예방하고자 고객에게 양해를 구한 뒤 문자 대화 내용을 나의 핸드폰으로 찍어 보관해 두었다. 내용을 자세히 살피니 범죄 일당이 피해자의 딸을 사칭해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엄마…나 지금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A/S 맡기고 핸드폰 매장 컴퓨터로 접속해서 엄마한테 문자 하는 거야~ 오늘 이걸로 사용하니까 번호 저장해줘! 그리고 핸드폰 기기 변경하고 핸드폰값 결제해야 하는데 내가 보낸 문자에 인터넷 주소 누르고 앱 설치되면 내가 알아서 핸드폰 비용 출금하니까 엄마는 그냥 간단한 것만 해주면 돼 알겠지? 아~! 그리고 은행 통장 앞면에 계좌번호랑 신분증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내주고, 비밀번호도 알려줘야 돼. 알겠지, 엄마?”

당시 피해 고객은 청원경찰인 나에게 말하기를 “얼마 전에 딸이 핸드폰이 잘 안 돼서 바꿔야 될 때가 왔다고 말해서 핸드폰 액정 깨진 김에 바꾸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고, 문자를 믿고 하라는 데로 다 해줬더니 보이스피싱이었다”며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요즘은 죽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범죄 왜 예방도 못하고 보이스피싱 일당은 왜 못 잡느냐”며 다소 흥분된 억양과 짜증 섞인 표정과 목소리로 나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나는 또 다시 안타까움과 허탈함에 잠시 은행 밖으로 나가 한숨을 쉬고 들어왔다.

문자나 SNS(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으로 자녀나 지인을 사칭한 금융사기를 ‘스미싱’이라고 한다. 혹시 이러한 문자가 온다면 가족만 알고 있는 질문을 해서 가족이 맞는지 판단하는 기지를 발휘하길 바란다. 그래도 의심된다면 인근 경찰서나 은행에 방문해 피해를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