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점은 하나의 개별적 순간, 혹은 하나의 독립된 경험을 의미하며, 이들이 모여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때로 인생의 특정 순간이나 경험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점묘화에서 점이 없어서는 완전한 그림이 될 수 없듯이, 삶의 모든 순간은 필수적이고 의미가 있습니다.” (이동섭 작가의 말 中)
‘점묘화’란 작은 점을 무수히 찍어 형태를 구성하는 회화 기법이다. 선과 면이 아닌 점으로 화폭을 채워야 하기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 대신 섬세하고도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아주 얇고 작은 점으로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신비로움을 마주할 수 있다. 가까이서 볼 때와 서서히 멀어지면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른 것도 점묘화의 매력이다.
이동섭 작가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늘꿈(관장 김윤숙)에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점묘화 작품을 전시했다. 이동섭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시작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로 지나치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변화하고 성장하는 여정을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서울이 고향인 이 작가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관련한 회사를 운영해 왔다. 연고 없는 당진을 찾은 것은 주체적인 삶을 찾고 싶어서였다.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디자인 업계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려나 했는데 3년이 지났다”며 “소강될 때 쯤,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객체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펼친 것은 오래 묵힌 대학 시절의 포토폴리오였다. 지나간 시간 속, 그가 당시 몰두했던 작업을 살피다가 점묘화를 보게 됐다.
“세상에 많은 훌륭한 작가들이 다양한 도구와 재료로 그들만의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도 나만의 독특한 영역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점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섬세한 터치로 깊은 인상 남겨
점을 찍기 시작할 무렵, 좀 더 작업에 몰두하고자 터를 옮겨 이곳, 당진을 찾았다. 3년 전에 자리 잡은 당진에서 점묘화 작품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서울은 복잡한 데다가 이미 오랜 시간 살아온 곳이라 일로, 지인과의 관계로 내 시간에만 몰두할 수 없었다”며 “필요하지 않은 관계로 인해 낭비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 당진에 온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연히 아내(이효행)와 들린 곳이 그가 전시를 했던 늘꿈갤러리다. 두 번째 방문 때 김윤숙 관장을 만나게 됐고, 작품 세계를 공유한 끝에 이번 전시까지 성사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점묘화만 있는 것이 아닌, 그가 그동안 그려 왔던 흑백 드로잉과 펜화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디자인만 40여 년의 경력을 갖춘 그의 섬세함을 살려 흑백 드로잉과 펜화 역시 세밀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섬세한 터치로 관객에게 강렬하고도 깊은 인상을 준다. 세심한 파스텔과 수채물감의 터치로 그림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점에 인생 담아 완성한 작품
지금까지 그가 말한 지나간 과거(past)를 말했다면, 지금(present)은 점묘화다. 무수한 점이 하나의 작품이 됐다. 꽃이 되고, 발레리나의 발이 됐다. 물고기와 새로, 그리고 한 여인의 움직임까지 표현됐다. 물고기의 비늘, 새 깃털의 윤기, 잎에 내리쬐는 빛이 아주 작은 점 하나로 만들어졌다.
“점묘화는 미세한 점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함께 모였을 때만 비로소 완전한 형태와 색을 드러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간 관계, 그리고 개인의 성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점에 인생을 담아 찍어 그린 작품을 이 작가는 계속해 그려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펜화가협회에 가입했으며 오는 11월에는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그림 평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나를 알리는 시간”이라며, “앞으로 좀 더 큰 작품을 완성해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분들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