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우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대요. 하나는 스스로 꽃을 피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래요. 요즘에는 그동안 내가 못 키운 꽃을 다른 사람이 피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임정숙 씨에게 시 낭송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시 낭송을 만나고 좋은 시들을 가까이서 지내며 아름다운 언어를 곁에 둘 수 있었고, 봉사에 이어 지금은 제자까지 양성하고 있다. 아무 연고가 없는 당진에서 그에게 시 낭송은 큰 힘이 됐다.

“시 낭송 덕에 당진, 제2의 고향돼”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한 임 씨는 대학 시절, 직접 시를 쓰기도 했단다. 하지만 기일에 쫓겨 마치 ‘쥐어 짜내는 것 같은’ 기분에 펜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의 삶에 항상 시가 곁에 머물러 있었다.

30여 년 넘게 경상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던 그는,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당진을 찾게 됐다. 그때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약 100일 무렵이었단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남편은 바빴고, 두 아이는 어렸다. 아는 사람은 없었고, 이어진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약 5년 동안 육아에 전념하며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는 별개로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던 그는,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동시에 집 문을 열었다. 임 씨는 “집 대문을 열고 나왔고, 문을 찾다 만난 게 ‘시낭송’”이라고 말했다.

“저에게 시낭송은 낯선 타향인 당진을 제2의 고향으로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매개체에요. 출산과 육아에 지친 저에게 삶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두 아이를 키우는 삶 속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게 해줬고, 마음과 정서의 안정을 통해 셋째 아이까지 낳아서 키울 힘의 원천이 됐어요.”

수강생에서 봉사자, 강사까지

친구 소개로 월 시낭송회를 간 것이 2009년이었다. 다행히도 당시에는 월 시낭송회가 평일 낮에 이뤄졌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며 “처음에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으로 시낭송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낭송하는 게 좋아 계속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시 낭송 덕분에 좋은 시를 읽게 되고, 시를 통해 내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12년 김명회 시의원(당시 한국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장)으로부터 시낭송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그는, 꾸준히 시 낭송을 이어왔다. 그러다 유정순 현 한국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장이 이끌던 시향기봉사단의 단원으로 당진시보건소 주간보호센터에서 시 낭송 봉사를 하게 됐다. 한편, 문화원 강의를 맡고 있었던 차현미 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 전 회장이 스피치 학원을 개원하면서, 후임 강사를 찾았고 그때 임 씨가 맡게 됐다. 인연이 이어지며 현재는 당진문화원에서 실시하는 ‘행복한, 시낭송’ 수업 강사를 맡고 있다.

“큰 행운이 찾아온 것 같아요”

그는 시 낭송을 계속하면서 여러 대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제2회 심훈 전국시낭송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늘 ‘대상’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더욱이 제자들을 양성하면서부터 대상에 대한 갈증이 더 깊어졌다. 임 씨는 “강사 자리에 서니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열린 심훈 전국시낭송대회에서 제자인 이현숙 씨가 금상을, 김향해 씨가 동상을 수상하면서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때 마침 김규환 전 당진문화재단 이사장의 제안과 그의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 지난 5일 열린 제4회 스산갯마을 전국 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여러 대회에 문을 두드렸고, 감사하게도 이번에 큰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도전의 용기를 내게 해준 수강생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잘 받으면 은상까지는 되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금상까지도 제 이름이 불리지 않았죠. 대상을 호명하면서 ‘18번’ 숫자를 불렀을 때만 해도 제가 대상 수상자인지 몰랐어요.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죠.”

이번 대회에서 그가 선택한 시는 김명림 시인의 <어머니의 실타래>다. 이 시를 선택한 낭송가만 5명에 이르렀으나 시 선정과 시에 대한 이해도,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 우수한 점수를 받아 그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는 “시 낭송을 하면서 언젠가 심훈 전국시낭송대회에 대상을 받아 본 무대에 오르는 것을 꿈꿨다”며 “지금은 제자들이 이 꿈을 이뤄주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산갯마을 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저 개인에게는 큰 영예입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나도 작은 꽃 한송이 피워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본 협회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유정순 회장님과 회원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