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상징하는 기지시줄다리기는 500년의 전통을 지닌 의식이다. 줄을 만들고 다리는 모든 과정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모여야 가능하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줄다리기에는 그런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총 6개의 이야기로 기지시줄다리기를 지켜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지면 보도와 영상으로 함께 기록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2025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으로 취재·보도합니다. 기사 내용은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수백 명이 하나의 줄을 잡는다. 굵은 줄이 끌려 나올 때마다 땅이 울린다. 우리의 ‘기지시줄다리기’는 단순히 승부를 보기 위해 줄을 당기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풍요와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지시줄다리기의 줄 길이는 200m, 그 줄의 넓이만 성인 한 명의 키를 훌쩍 넘는 20m에 이른다. 40톤의 줄을 수많은 군중이 양쪽에서 잡아당기며 승부를 겨루는 모습은 전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기지시 줄다리기의 줄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줄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작은 보조 줄을 옆에서 함께 묶어 잡고 당긴다. 그래서 하늘에서 보면 마치 기지시줄다리기가 지네처럼 보이는 것도 이 이유다. 단순한 줄다리기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이자 의식인 기지시줄다리기. 이 줄다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줄’이다. 모든 과정에 사람의 손이 닿아 있다. 그 손 중의 하나로서, 20여 년 줄을 꼬아 온 줄 제작자 최양부 씨를 만났다.

기지시 줄다리기의 핵심 ‘줄’
줄을 만드는 일은 축제를 여는 가장 신성한 첫 단추다. 우선 수확을 끝내고 말려 놓은 고운 볏짚을 모은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작은 줄을 만들고, 그 작은 줄을 다시 모아서 큰 줄로 만들어 나가는 험난한 과정이 반복된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엮어 내야만 줄다리기에 사용할 줄이 완성된다.
줄 제작 과정은 짚을 준비한 다음 작은 줄 꼬기, 그리고 합줄, 중심줄 제작, 마무리 장식 순으로 진행된다. 작은 줄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볏짚을 손으로 비벼 가면서 만든다. 작은 줄들이 완성됐다면, 한곳으로 모아 큰 줄로 엮는다. 작은 줄들을 고르게 꼬아야 하기 때문에 이때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다음은 중심줄 제작으로 들어간다. 수상과 수하로 나뉘는 두 줄은 서로의 방향에 따라 꼬는 방식이 다르다. 안전을 위해 정교하면서도 튼튼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을 요하는 작업이다. 두 줄이 결합됐다면 마지막 양 끝에 장식용 볏짚 장식과 기원문을 다는 순서로 마무리된다.
40여 일이 걸리는 이 공정은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의 힘으로만으로 이룰 수 없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참여해야만 한다. 따라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열리는 시기를 앞두고 3월 초부터 매일 약 20여 명의 주민이나 봉사자, 학생들이 참여하며 줄 꼬기에 참여한다.

친구 따라 시작한 줄 꼬기 20년째
이 어려운 과정을 지난 20여 년 동안 거르지 않고 참여한 이가 있다. 바로 줄 제작자 최양부 씨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최 씨는 강남 대신 줄 꼬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2005년에 시작해,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17번의 줄을 꼬았다. 오래전임에도 불구하고 최 씨는 줄 제작에 참여하고 완성된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해냈구나”하는 기억이 남아 있단다.
매년 참여하는 줄 제작이지만, 한 해도 쉽지 않다. 그는 “큰 줄인 수상과 수하 줄을 만들 때 제일 어렵다”며 “그래도 관광객이나 주민들이 협조를 많이 해 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참여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줄 제작을 잘 하면) 뿌듯하고, 해가 지나면 ‘또 줄을 꼬으러 가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줄 제작을 계속하다 보니 이제 습관이 됐고, 몸에 뱄어요. 매번 어렵긴 어렵지만, 줄 제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 일에 완전히 익숙해졌기 때문에 힘들어서 빠지거나 한 적은 없었어요.”

“완전히 줄 꼬려면 7~8년 필요해”
“줄을 꼬기 위해서는 둘씩 짝을 짓고, 그 다음 네 사람이 한 팀을 이뤄요. 양쪽에서 25m를 꼰 뒤에 가운데서 결합을 해요. 그걸 600개를 만들죠. 600개를 다 만들었다면, 다시 자리를 옮겨요. 그리고는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600개의 줄을 꼬아야 하죠. 그리고는 줄틀을 설치하고 100m 큰 줄을 제작해요. 그 큰 줄 70개를 굴렁통에다가 달아매고 말아놓는 작업을 3번 반복해요. 그러면 총 210개가 되겠죠. 큰 줄 하나에 210개가 들어가는 것에요.”
십수 년을 줄을 꼬니, 이제는 완전히 기술자다. 최 씨는 “완전히 줄 꼬기를 몸에 배려면 7~8년, 머리 좋으면 4~5년 정도 걸린다”며 “머리로 줄 꼬는 방식은 알아도, 직접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을 해보아야 기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 방법을 모두 익혔다 하더래도, 가끔은 헷갈리고는 한다. 최 씨는 “1년에 한 번 하는 일이라 우리네(제작자들)도 어떤 때는 헷갈릴 때가 있다”며 “처음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헷갈릴 수 있기에 우리네(제작자들)가 많이 가르쳐 주고 있다”고 있다.

“줄다리기? 없어진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줄 제작자들의 바람은 이 전통이 후대까지 오래 남는 것이다. 최 씨는 “우리가 한평생 하는 것이 아닌 데다가, 7~8년의 세월이 지나야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후대들이 줄다리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우리 고장의 큰 전통이에요. 이 500년 전통의 기지시줄다리기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후대들이 잘 이어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