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인근 숲과 산길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흙길을 걷는 풍경이 더는 낯설지 않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흙길에 맨발을 내디디면,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에 어쩐지 시원함까지 느껴진다. 걷는 걸음마다 발바닥이 전하는 느낌도 다르다. 어느 구간은 매끄럽고, 어느 곳은 자잘한 돌멩이의 오돌토돌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나무뿌리가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당진에서도 맨발 걷기를 실천하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계림공원에 조성된 황톳길을 비롯해 왜목마을, 삼선산수목원, 남산공원 등지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아미산에도 자연과 어우러진 황톳길이 있다.
아미미술관에서 순성 방향으로 약 100m가량 이동하면, 다리를 지나 ‘자연소리당진한우’ 식당 앞에 황톳길 입구가 나온다. 이곳은 당진시민 누군가의 손길로 매일같이 정비되며, 맨발로 걷기 좋은 길로 거듭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권용석(59) 씨는 지난해 2월 건강 검진에서 신장 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크레아티닌 정상 수치가 1.2인데 1.9까지 올라갔고, 사구체 여과율은 정상에 드는 범주가 91%인데 37%로 떨어졌어요. 특히 여과율은 20%가 되면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권 씨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서산 부춘산과 왜목마을 해변 등지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이후 당진의 황톳길을 찾아 꾸준히 걸었다. 그리고 지난 3월, 그의 건강 상태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크레아티닌 수치는 1.14로 내려왔고, 사구체 여과율도 71%까지 회복됐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지 기대됩니다.”
“맨발 걷기 통해 혈관 나이 40대 목표”
한편 김태우(60) 씨도 비슷한 이유로 2023년 10월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혈압 상승으로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고, 우연히 읽은 책 「맨발 걷기가 나를 살렸다」를 읽고 계림공원 등산로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이후 왜목마을 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만난 권용석 씨가 그를 아미산 황톳길로 이끌었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3~4개월만에 혈압약을 끊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지금은 혈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이제는 혈관 나이 40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4개월간 매일같이 다듬어
권용석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아미산 황톳길 정비를 시작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더 자주 걸을 수 있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때, 이곳을 알게 됐다. 원래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일반 등산로였던 이 길은 돌이 많고 거칠
었으며, 나무 송진도 자주 밟히는 상태였다. 그런 길을 권 씨는 홀로 ‘다른 사람도 함께 건강해졌으면’하는 마음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쓸고 닦고 자갈을 치우며 길을 가꿔나갔다.
이후 김태우 씨도 권용석 씨로 인해 아미산 황톳길을 걸었고 함께 길을 손보게 됐다. 두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씩 걸으며 길을 정비했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6시간씩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고, 번개만 치지 않으면 빠지지 않고 매일 옵니다.”(김태우 씨)
입구부터 다듬어진 길은 두 사람의 꾸준한 보살핌으로 점점 길어져 약 1.5km 구간의 맨발 걷기 길이 됐다.
“처음부터 맨발 걷기 길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했으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처음 길을 다듬기 시작했을 때는 흙이 새카맸고, 돌도 많아 걷기 힘들더라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뿌리도 캐고 자갈도 치우며 조금씩 가꾸다 보니 지금처럼 좋은 길이 됐습니다. 이렇게 좋아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김태우 씨)
걷는 이도, 돕는 이도 늘어나
처음에는 권용석 씨 부부와 지인 등 5명 정도가 걷기 시작한 길이었다. 하지만 곧 옆 마을인 순성면 성북리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10여 명이 이 길을 찾기 시작했고, 점차 입소문이 퍼지며 합덕, 신평 등지에서도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금은 하루 50명 이상이 찾는 맨발 걷기 길이 됐다.
“같이 걷는 주민들도 많아졌고, 도움의 손길도 늘었습니다. 성북리에 사는 81세 어르신은 손수 만든 대나무 빗자루를 기부해주셨고, 나무로 만든 등산 스틱을 나눠주신 분도 있어요. 길을 걸으며 건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뿌듯합니다.” (권용석 씨)
“모두를 위한 황톳길 되길”
“아미산 황톳길의 가장 큰 장점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무 그늘 덕분에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고, 철탑이나 인공 구조물도 없어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걷기에 좋습니다. 게다가 당진 시내에서도 가까워 접근성까지 뛰어나요. 제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고맙다’며 인사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
힘이 납니다. 모두 함께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권용석 씨)
김태우 씨 역시 같은 마음이다.
“맨 처음엔 신발을 신고 등산하러 왔다가 ‘신발을 신고 걷기엔 미안한 길’이라며 신발을 벗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맨발 걷기가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좋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한 번쯤 걸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아미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황톳길을 조성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며 “누구나 쉽게 찾아와 맨발로 걸으며 건강해지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