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여 년 역사를 지닌 기지시줄다리기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축제 운영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16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열리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차기 축제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기지시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줄다리기축제는 과거 마을에서 비롯됐으나, 점점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축제위원회가 구성됐다. 지난 2018년에는 사단법인으로 전환됐으며 전반적인 축제 운영은 축제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한편 현 축제위원장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이에 지난 7월 임원회의를 열고 후보 추천을 논의했고, 이때 추천된 두 후보는 자격 문제로 반려됐다. 후보자가 없자, 기지시리 마을회를 주축으로 후보 물색에 나섰고 인재진 전 당진문화재단 총예술감독이 거론됐다.
마을회 “축제 전문가 영입 필요”
이후 마을회 측에서는 인재진 전 총예술감독을 만나 축제위원장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옥 기지시리 이장은 “기지시줄다리기는 지역의 콘텐츠로서는 좋은 상품”이라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지시리에 젊은 인구는 많이 거주하고 있으나, 원도심을 찾지 않아 지역 경제가 쇠퇴하고 있고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할 방안까지 찾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가 축제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본환 – 회장은 “인재진 감독과 만났을 때 기지시줄다리기축제를 읍민 단합과 화합의 축제로 만든다면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과 축제의 기틀을 잘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이 부분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진 감독은 (축제위원장에 대해) 본인의 의사는 내비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재진 감독의 뜻에 공감한 마을회에서 축제위원회에 공식으로 위원장 추대를 건의했다. 하지만 축제위원회 내부에서는 “인 감독은 현재 축제위원회 회원이 아닐뿐더러, 지역사회에서 논란된 인물을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전했다. 결국 마을회와 축제위원회 간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축제위 “축제 제대로 치르기 어려워져”
한편 인 감독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물로서, 자라섬을 국재 재즈 축제로 만든 경험을 갖고 있어 축제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당진시는 지난 2023년 인 감독을 문화예술 정책특별보조관에 이어 당진문화재단 총예술감독까지 맡겼다. 하지만 과거 보조금 유용 사건과 면천창고 위탁을 두고 지역 내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진시가 임명한 보직들을 모두 사임한 바 있다. 축제위원회에서는 한 차례 논란을 겪은 인물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지시줄다리기축제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김왕팔 축제위원회 사무국장은 “사단법인 정관에 의하면 회원만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며 “인 감독이 축제 전문가인 것은 알지만, 축제위원장을 맡고 계속해 논란이 이어지게 되면 제대로된 축제를 치르기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축제위원회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인재진 감독의 추대 건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앞서 자격 문제로 무산됐던 후보 중 한 명을 다시 위원장 후보로 올리기로 했다. 위원장 선출은 오는 25일 열리는 총회서 확정된다.
비상행동 성명서 발표
이 사안이 지역에 알려지자 시민단체인 당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지난 13일 긴급 성명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위원장 선임 과정에 당진시가 개입하지 말 것 △축제위원회와 보존회가 자율적으로 선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논란 있는 인사의 추대에 신중을 기할 것 등을 요구하며 즉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마을회에서는 “위원회의 결정이 그렇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병옥 이장은 “기지시줄다리기축제가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콘텐츠임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축제를 전문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