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인이 누구를 추모하건 그것은 간여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사로 될 때는 다릅니다.

작금의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故 박정희 대통령 신드롬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그의 통치력을 문제시하는 소리입니다.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장기집권 과정에서 무수한 투옥과 고문으로 인권을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역사의 심판이 진행중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주간 당진시대 10월 20일자 2면 광고면에 실렸던 ‘故 박정희 대통령 18주기 추모제’ 광고는 깊은 우려를 자아내게 합니다.

삽교천 방조제를 모든 사람이 대통령의 치적으로 인정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당시의 대통령이 그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치적은 아닙니다. 국토개발이라는 큰 정책의 틀 속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아니었으면 경제개발이 불가능했다는 주장은 그가 아니었으면 더욱 훌륭한 경제개발이 가능했으리라는 주장만큼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개발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정경유착, 부정부패, 인권탄압, 그리고 저 잔혹한 계엄령과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대대적인 행사로써 그를 찬양하는 것은 또 다른 지역민의 갈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광고에서 ‘삽교호 방조제로 인해 당진이 풍요롭게 되었다’는 말은 지나친 표현일 수 있습니다. 물론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수도작이 어려웠던 땅에 많은 쌀이 생산되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해 보지 않습니까? 바다의 자원이 땅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조개와 굴, 낙지, 김, 어류등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있습니다.

그 많은 것을 단지 피해어민보상이라는 미구책으로 끝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바다에서 생업을 가지고 있던 어민들은 아마도 방조제 공사를 원망할 것입니다. 좀더 신중히 좀더 과학적으로 공정하게 환경영향평가를 통하여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절차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기에 또 다른 시화호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서산.당진정의인권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합니다.

첫째, 단순히 지역민 몇이 모여 하는 추모제가 아니라 당진군 전체의 행사로 확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날을 기념하면서 씨름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역사를 거스르고 지역민을 하나로 만드는데 장애가 됩니다.

둘째, 지역민들 전체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의 심판이 끝나지 않은 인물의 추모행사를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민주의 시대입니다. 어떤 인물을 영웅화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故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향수는 또 다른 영웅독재를 원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화합을 추구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꽃피워 누구나 자기의 주장을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번 추모제를 주관하신 분들도 보다 나은 발전된 미래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라 믿으며 갈등과 반목의 원인이 되는 추모제를 조용히 지내주시고 모쪼록 더 이상의 대대적인 행사계획은 자제해주시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