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3 계엄 이후 제 삶은 송두리째 바 뀌었습니다. 겉은 똑같은 데 세상을 보는 눈 은 180도 달려졌습니다. 4.3제주, 5.18광주 등 국가 공권력이 국민을 무참히 학살한 그 사건이 2025년 디지털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깊이 엄습해왔습니다. 4.3 과 5.18이 나랑 아무리 시간적 공간적으로 먼일이라 하지만 인간은 상상력을 통해 그 것을 내 일처럼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 공감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진화하고 지금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몇 혹자는 약육강 식, 적자생존 등을 절대 진리인 양 받아들이 고 약한 것을 무참히 침탈하고 도태시키는 것을 자연의 섭리인 양 여깁니다. 만약 그랬 다면 인류는 지금처럼 번창하지 못했을 것 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양육강식의 섭리를 거슬 러 서로 챙기고 돕고 아끼면서 지구상의 어 떤 종도 이룰 수 없었던 번영과 풍요를 이루 었습니다. 우리와 유전자가 98% 같은 오랑 우탄은 현재 지구에 10만 마리밖에 남지 않 았지만, 우리 인류는 82억에 가까운 어마어 마한 개체수를 보입니다. 권력자 자신의 마 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때마다 동족을 제거 했다면 우리 인류도 오랑우탄과 같은 운명 에 처했을 것입니다. 또한 혹자는 인간은 원

래 그리 나약하고 비루한 거라며 쉽게 폭력 과 비이성을 정당화하려 듭니다. 하지만 인 류의 역사는 그리 폼 빠지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각성하고 좀 더 사랑하는 길을 선택해 왔기에, 지금 우리는 그 무도와 무법의 시절을 지나 한 발 한 발 폼을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지난 12월 3일은 장갑 차 헬기로 무장한 계엄 세력을 국민의 맨 손 으로 막아낸 첫 승리의 날이라고! 난세에 시 민 영웅을 보유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저 는 새로운 K-민주주의의 힘을 느낍니다. 다 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그 영웅들에게 사랑 과 존경을 보냅니다. 민주주의는 자신의 자 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도 우리가 모 두 돌보아야 할 소중한 공동의 나무라는 것 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당진에 있는 민주주의 파수꾼 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름 아닌 ‘당진 사 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당진 비상행동)입 니다. 이곳은 당진의 여러 시민단체의 연대 입니다.

이 단체는 한국 시민 활동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인데, 그것을 당진이 해내 고 있습니다. 중소지역 시민단체의 한계를 앉고 어렵게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분 들이 윤석열 덕분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웃 픈 현실이지만 이것을 당진 시민단체는 영 리하게 이용하여 힘을 집결하는 플랫폼으 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놀라운 면을 3가지로 집어 보겠습니다. 첫째 이곳은 특정 리더 없이 모두가 리더이자 모두가 팔 로워입니다. 물론 YMCA단체가 구심 역할 을 감사하게도 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현안 에 따라 주체는 바뀌고 자연스럽게 협력합 니다.

둘째 이곳은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정파 적 개성도 다양하고 주력하는 일도 다르지 만 바라보는 곳은 똑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당진을 더욱 안전하고 잘 살게 할 수 있을 까? 일부의 사람들을 위한 당진이 아니라 보 다 많은 당진 시민이 잘살 수 있는 길을 모색 하는 곳! 그래서 종종 회원 간의 이견이 있 기도 하지만 신기하게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선을 지키며 합의해냅니다. 다양성과 차이점을 수용하고 그것을 잘 융합할 줄 아 는 민주주의 토론 천재들이 아닌지 속으로 혼자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셋째 이곳의 탄력성과 유연성은 실로 이 효리 요가급입니다. 먼저 딱히 따라야 할 규 칙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업을 하다가 시간 되는 대로 뭉치고 흩어지고, 매달 3천원 회 비도 자율이며 정해진 스케줄 자체가 없습 니다. 모든 것이 번개로 이루어지지만 한 번 도 펑크난 일정이 없었습니다. 항상 누군가 가 그 자리에 있고, 누군가를 대신하고 누군 가를 위해 싸웁니다. 처음에는 개인 자격으 로 활동하는 저만 빼놓고 따로 회의하시나 싶었는데 제가 보는 게 전부였고, 그 모든 것 이 온라인 방에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현재 6개월 걸음마 단계이지만 저는 이 단체의 성패가 당진 민주주의 바로미터가 될 거라 봅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거의 유일 하게 활성화된 시민단체 연대 플랫폼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곧 전국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고 K-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민활동 유형 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회원 한 분 한분이 굉장히 까탈스러운 민주주의자 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 에게는 너그러운 그런 민주주의 파수꾼들! 당진 이사 온 지 16년 만에 이런 멋진 분들 을 만난 행운에 대해 떠들고 싶습니다. 양귀 자의 소설, 숨으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아름 다움을 지닌 ‘숨은 꽃’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멋진 자태와 향기를 내 뿜은 이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