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으신 60대 여성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평소 자기관리를 꾸준히 하셔서 사고 전까지는 별다른 통증 없이 생활하셨지만, 교통사고 이후 무릎 통증이 생겨 걷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은 자동차보험 기준상 ‘경상환자’로 분류됩니다. 골절과 같은 명확한 손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는 9월 10일부터는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심사를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료하고 치료해 온 주치의가 아닌 별도의 심사 주체가 담당한다는 점입니다.
서류에는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통증과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이 충분히 담기기 어렵습니다. 결국 환자의 상태가 상병명이나 진단명과 같은 제한된 정보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손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환자가 겪고 있는 고통까지 가벼운 것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경상환자의 진단서상 치료기간은 대개 짧게 발급됩니다. 골절이 없는 경우 통상적으로 2주 정도의 치료기간이 기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단서에 기재된 치료기간과 실제 환자가 회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반드시 같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역시 진단서에 기재된 치료기간은 상해의 정도를 판단하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 실제 치료기간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진단서에 적힌 ‘2주’가 환자가 2주 만에 완전히 회복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이른바 ‘나이롱 환자’의 과잉진료를 막고 자동차보험의 재정 누수를 줄이려는 취지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로 통증을 호소하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불필요한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정당하게 치료받아야 할 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제도의 취지를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개정안이 일부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잉진료를 걸러내기 위한 심사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는 묻고 싶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경과를 지켜본 주치의인지, 아니면 서류만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심사자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사고 피해자가 정당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이기도 합니다. 과잉진료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8주’라는 숫자만으로 환자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환자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치료가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과잉진료를 막는 것과 정당한 치료를 보장하는 것.
두 가지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