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천안에 다녀올 일이 있어 합덕, 순성을 경유하여 기지시로 가는 도중에 기가막힌 상황에 부닥쳤다.

길옆에 오토바이가 나뒹굴고 풀속에서는 한 젊은 남자가 피로 범벅이 된채로 신음을 하고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차를 세우고 보니 방금전에 본 대형화물차와의 사고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환자를 병원으로 후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환자를 차에 실을려고 하는데 오토바이에 함께 타고 있던 친구가 어디에선가 달려와서 이야기하기를(119에 신고를 하고 오는 길) 방금전에 본 대형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오토바이를 타고가던 자기들을 들이받고 뺑소니를 쳤다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뺑소니 사고를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자니 몸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다행히 119구급차로 환자를 인도해 주고 집으로 왔지만 뺑소니를 친 그 대형화물차 운전수를 생각하니 오후 내내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우리사회의 양심과 도덕이 이토록 땅에 떨어졌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을 자동차로 그것도 대형차로 들이받아 놓고 뺑소니를 친단 말인가?

우리지역에 수많은 공단이 들어서면서 함께 줄줄이 뒤따라온 대형차량들. 도로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데 좁디좁은 도로를 종횡무진하는 그 차들을 볼때마다 섬찢했던 적은 많았지만 막상 현실에 직면해 보니 그 심각성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도로바닥에 내팽개쳐진 젊은이와 함께 저버려진 가해자의 양심, 늘 그런 위험에 조바심 내야하는 우리들. 분노보다는 서글픔이 앞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