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전날의 아이처럼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눈뜨자 창문을 열어 하늘부터 보았다. 멋진 하늘이었다. 준비완료. 드디어 출발!
쉼없이 재잘거리는 딸아이와 그저 좋아서 소리지르는 두살배기 아들, 그리고 개교기념일을 우리들의 애버랜드행으로 즐거움을 선물한 자상한 아빠이자 멋쟁이 남편과 함께 신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열려진 차창을 통해 실려오는 가을의 향기에 한껏 취해 있는데 “평일에도 차가 막히네. 무슨 사고가 일어났나?”하는 남편의 말소리가 들렸다.
평일이라 차가 막힐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을 모았다. 그래서 에버랜드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과 교통체증으로 인한 짜증을 잠재울 수 있었다.
5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를 30분을 소요해서 사고지점이라 생각되는 삽교천방조제가 끝나는 곳에 도착했다. 순간 30분을 소요하기엔 너무나 어이없는 광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과속을 방지하기위해 만들어 놓은 턱부분에 도색을 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양쪽 차량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서 있었다. 어이없고 화도 났다. 공사를 차량소통이 많은 이 시간에 반드시 해야 하는지. 이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손실이 얼마인가. 특히 이곳은 시간을 다투는 화물차량이 많은 곳이 아닌가.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남편도 화를 냈다. 인부들에게 화살이 돌려질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을 했더니 “인부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저 일을 지시한 담당기관이 문제가 되겠지”하며 속력을 내서 그곳을 빠져 나왔다.
에버랜드로 향하는 동안 계속해서 그 일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언젠가 일본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도로보수나 상하수도 공사는 차량소통이 가장 적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유는 공사로 인해서 일어날 수 있는 교통체증과 경제적 손실을 막기위해서라고 했다. 또한 작업이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작업을 담당하는 인부들이나 기술자들의 근무수당이 상당수준에 이른다고 했다.
그렇지만 교통체증으로 거리에 버려지는 경제적 손실(시간, 기름값)에 비하겠는가. 우리정부도 이런 부분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정부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아이의 칭얼거림에 정신을 차려보니 에버랜드 주차장이 아닌가. 그날 우리는 정말 신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특히 그날의 감미로운 째즈밴드연주와 은은한 국화향기에, 예쁘게 단풍이 든 가을산에, 노오란 은행잎에, 환상적인 레이져쇼에 흠뻑 취해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 행복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