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서부항운노조 당진한보연락소 소장

당진시대로부터 글을 한 번 써보라는 부탁을 두어 번 사양했던 터에 또 다시 부탁을 받았다. 사양했다기 보단 못썼다는 것이 더 솔직한 말이겠으나 많은 망설임 끝에 이번엔 펜을 들었다. 이 사람이 아니라도 활자의 홍수 속에 저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세상이다. 이 중에 나 같은 사람까지 끼여들어 독자들의 눈과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많았다. 어쨌든 펜을 들었으니 당진군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항구, 부두, 배는 나가 작업하는 장소이고 또한 우리 지역에서도 아주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니 소재로 삼을 만 하겠다.

항구엔 배가 있어야 한다. 항만이 있어도 배를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부두시설이 없으면 배는 오질 않는다. 현재 당진엔 부두는 있어도 당진항은 없다. 충남에 제대로 된 무역항이 당진 송악부두인데 당진항이라는 이름을 못쓰고 의붓아버지 같은 평택항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택쪽은 오늘 이 순간에도 항만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되고 있는데 이곳 당진쪽은 잠잠하다. 1995년에 완공된 송악부두는 작년에야 포장을 완료했다. 부두작업자들을 위한 시설물은 전무하고 각 관련사들이 하나 둘 갖다 늘어논 컨테이너는 흉물스럽기도 하고 좁은 야적장을 점유해 화물이 들어서야 할 곳을 차지하고 있다. 마치 의붓아버지처럼 이곳을 서자 취급하고 있다.

우리들도 문제다. 당진항 분리지정이라는 큰 명제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있는 시설물(부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별 관심들이 없다. 다시 말해 항구는 볼 줄 알아도 배는 볼 줄 모르는 사람들 같다. 당진 송악부두에 배들은 적게 들어오는데 애타는 건 종사자들뿐이다.

다른 시·도에서 배를 유치하기 위해 관민이 쏟는 노력을 우리가 배워둘 만 하다.

지역 현안을 국가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자체가, 지역민이 발 벗고 나서서 챙겨야 한다. 당진 송악부두는 연간 300만톤을 취급할 수 있는 규모의 부두이다. 그러나 현재 오가는 물동량은 월 10만 톤을 약간 웃돈다. 배가 더 많이 들어와야 될 부두인 셈이다.

한보철강이 부도나기 전에는 하역작업을 하는 노조원이 100여명에 달했고, 기타 관련 종사자들도 그 이상의 인원이 부두에서 일했다. 내·외항엔 접안 순서를 기다리는 배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즉 그 당시엔 배가 아주 많은 항구였던 것이다. 한보철강 부도이후 물동량은 대폭 줄었고, 당연히 부두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많이 떠났다. 현재 55명의 항운 노조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나마 작업이 없어 놀고 있는 날들이 상당 일에 달한다. 충남의 거의 유일한 무역항인 당진 송악부두가 한보철강이라는 일개 기업의 흥망성쇠에 의해 물동량이 좌지우지 되고 있으니 보통 비경제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5월 이후엔 공영부두로 전환했다. 하나 뿐이던 하역 회사가 두 개 더 늘었다. 하역 회사가 새로 더 늘면서 전에 취급하지 않던 품목이 몇 개 더 늘었다. 그렇다고 총 물동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동부제강의 수출 물량이 줄면서 신규물량도 총 물동량을 늘리는데 보탬이 된 것이 아니라 줄어든 물량을 채우는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애타는 건 역시 종사자들 뿐이다.

물품의 운송엔 배만한 것이 없다. 당진 송악부두를 오가는 배는 적은 것이 일, 이천 톤 규모이다. 이, 삼만 톤 단위의 배는 흔하고 5만 톤급 배도 간혹 들어온다. 대형트럭 1대가 25톤 정도의 짐을 싣는다. 천 톤 혹은 만 톤 이라는 규모의 물동량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새삼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부두는 국가의 중요 시설물이고, 국민의 많은 세금이 투자된 곳이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요 공장들은 현대화된 항구를 반드시 요구한다. 오늘날의 인천은 인천항이라는 훌륭한 항구가 만들어준 산물이다. 군산, 광양, 부산, 포항, 울산 모두 항만 때문에 생긴 도시들이다. 지금이라도 당진 송악부두가 배가 많은 항구가 되도록 군민, 도민이 힘을 합해야 한다. 그럴 때 당진항에 희망이 있고 그것이 당진 경제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당진을 사랑하는 우리 군민들에게 당부하나 드리고자 한다. 멀지 않아 지자체 선거가 있다. 당진이라는 이름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사이비 일꾼을 꼭 가려 참 일꾼을 선택하시기 바란다.

이 글이 독자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았다면 한 노동자는 다행으로 알고 편히 일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