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저지하기 위한 농민들의 처절한 투쟁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 농민들은 그토록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문제를 처절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정부에서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마치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식으로 강변을 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고, 국가 신인도 등의 문제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는 것이다. 일백번을 양보해도 이건 아니라는 것이 전체 농민들의 생각이다.

칠레는 지역적으로 열대, 아열대, 온대에 걸친 과채류 및 축산분야의 농산물 수출 대국이다.

이런 세계적 농업강국인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칠레와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호주, 중국 등 모든 농업 강대국들과의 FTA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국의 농업부문에 한해서는 개방에 그대로 노출 시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유럽연합(EU)이 멕시코와 체결한 FTA의 경우를 보더라도 경합되는 40%나 되는 농산품목을 WTO DDA 농업협상 이후에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관세철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농산물 수입국으로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는 달리 매우 신중하다. 일본은 농산물 비수출국과 FTA를 체결하거나 아예 농산물 관세 양허부분을 제외하거나 또는 DDA협상 이후로 연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쌀, 사과, 배 딱 3개 품목만 협상 품목에서 제외시키고 마치 칠레와의 FTA를 체결해도 포도, 복숭아 이외의 품목은 별 피해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FTA이행 특별기금 8천억이면 충분히 보상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의 구조를 보자. 모든 품목은 생산비가 보장이 안되기 때문에 한 품목이 돈이 좀 된다고 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덤벼드는 그런 농업구조에서 어느 품목이 무너지면 다른 품목까지 망쳐버리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은 우리의 농업은 끝장나는 것이다.

FTA찬성론자들은 협정 체결이 지연되면서 대칠레 자동차수출 시장점유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칠레와 협정을 맺지 않은 일본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군다나 현재 칠레의 관세는 6%로 협정이 체결되어 6%의 관세가 면제된다고 하여 과연 우리의 공산품 수출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농수산물 수입만 급증하여 무역적가가 더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무엇 때문에 칠레와 협정을 서두르는가.

EU나 미국 등 선진각국은 지난 수십년간 막대한 재정투자를 해온 나라임에도 자국농업 만큼은 시장논리의 압력에서 보호하려고 한다. 국내적으로는 재정정책의 확대, 다양한 직불제 등 소득보전정책을 취하고 국제적으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론 등을 내세워 시장개방의 직격탄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정부는 지금 걸음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 농업을 개방하여 농업경쟁력이 막강한 거인과 맞서 싸우라는 격이다.

이제 우리 농업은, 농민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물러날 곳도 없다. 한해에 약 1백여명 정도의 농민이 부채문제 농업문제 때문에 안타깝게도 자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농업 문제부터 해결하고 한-칠레 FTA를 거론해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2월9일로 예정되어 있는 한-칠레 FTA국회비준에 맞서 전 농민이 총단결하여 이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