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돼 농민들은 못자리를 하고 밭에 이것저것 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 한국 농업은 바그다드처럼 힘없이 함락될 순간에 직면해

있다. 바로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쌀 수입 개방협정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를 침공 한 것처럼 세계의 성실한 민중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계무역기구도 미국의 주도로 농산물을 관세없이 자유무역으로 전환하고 보조금을 철폐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은 세계무역기구가 정한 법에 따라 각 나라가 1:1로 협상을 해 모든 상품을 관세 없이 자유무역을 하라는 것인데 세계의 어느 나라와 자유무역을 할 것인가를 택하는 것은 각 나라의 자유이다.

그런데 하필 한국은 세계 상위 그룹의 농산물 생산국인 칠레와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칠레의 지리구조는 남북으로 아주 긴 위도분포를 이루고 있어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그 중 포도를 비롯한 과수의 생산이 으뜸이다.

한·칠레 자유무역의 피해는 엄청 클 것이다.

미국의 오렌지 수입으로 제주도의 감귤 농가는 수십년 가꿔온 감귤나무를 모두 뽑아버리고 있다.

제주의 농민 후계자 한사람의 말에 의하면 “감귤 포장 박스값이 600원인데 귤을 담아 경매장에 보냈더니 단돈 500원이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수산물은 이미 중국에 점령당했고 소고기를 포함한 고기류는 미국산, 호주산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식사 후 입가심과 간식의 주체인 과일은 앞으로 칠레산으로 대체될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쌀 수입 개방 문제도 이미 예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에 협정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한국 국민의 식탁은 이제 백퍼센트 외국 농산물로 함락되는 것이다.

정부는 쌀 수입 개방과 한·칠레 자유무역에 의해 피해를 보게 될 농민에 대해 여러가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예컨대 쌀 농사 직불금 인상과 자유무역에 의해 수혜를 보는 타 산업에서 모금을 해 농민에게 나눠주자는 식이다.

하지만 그마저 정부의 일부 부처에서 반대하고 나선다고 한다.

한마디로 450만 농민을 알거지로 만들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배급을 주자는 것인데 그것도 정부부처간 기금의 출연 문제와 금액을 놓고 추잡한 흥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이번달에 국회비준 절차만 남겨 놓고 있는데 절대 통과시켜선 안된다. 450만 농민의 생사가 달려있고 모든 국민의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며 인간 방패로 참여했던 시민 한사람은 이라크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국적을 반납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한국 국민임이 부끄럽다는 뜻이겠다.

국회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안을 비준하는 날, 450만 농민은 국적을 반납할지도 모른다. 이미 농민은 한국의 국민으로서 권익을 빼앗겼기 때문에...

그리고 정부와 국회, 독점재벌을 향해 자살 테러를 가할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