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나라안이 온통 계층간 갈등으로 영일이 없는 나날이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독재정권의 체제유지를 위해 지탱해온 국보법의 존폐를 놓고 벌이는 갈등을 보노라면 참으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게 된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집단이라면 당연히 민주화를 외치고 무자비한 독재권력에 저항하다 희생당한 피해자 단체들이었는데, 얼마전 시청앞에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을 보니 이나라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 허어연 머리를 휘날리며 무슨무슨 시국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유신의 망령 앞에서, 5공의 무자비한 독재 밑에서 입신양명이 효지종야(孝之終也), 오직 독재자의 비위만 맞췄던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그날 3·1운동을 하는 기분이었다나!

그런데 왜 우리사회에 국가보안법같은 게 꼭 필요한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 형법에 내란의 죄는 물론이요, 외환의 죄도 규정되어 있어서 웬만한 국기와 관련된 범죄는 다 그 적용에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특별법을 만들어 다스려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특별법 많은 나라치고 특별히 잘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데...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인지 몰라도 나는 나라의 축소판이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건강하게 지켜지려면 그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자기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고 서로 존중해주며 다양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면 되는 것이지, 별도의 가정보안법 같은 게 필요치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가 자꾸만 옥상옥 별도의 강력한 특별법이 필요되어지는 사회라면 일단은 그 건강성에 의문을 가져봐야 하는게 아닌가?

시대는 변해가는데 언제까지 북한을 괴뢰집단으로 묶어놓고 사고의 틀을 얽어매야 하는지 나는 이나라 소위 원로라는 분들의 논리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한 입 가지고도 한쪽에서는 겨레를 찾고 돌아서서는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을 믿을 수 없다며 냉전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 아니었던가? 인류역사에 있었던 모든 전쟁이 그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르듯이 이제 우리사회도 우리민족 최대의 비극이었던 6·25에 대해서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체제경쟁에서 이겼다는 자만에 빠져들지 말고 인류를 진정한 평화와 행복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론의 고찰로서 공산주의 사상도 자유롭게 연구되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찬양고무죄같은 그런 죄목이 더 이상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런 획일적 상태가 지속되어져서는 곤란하다.

해방이 되어 그동안 일제에 항거, 일송정 푸른솔처럼 젊음을 바친 독립투사들이 다만 체제의 기로에서 공산체제에 몸담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독립운동사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었던 그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생각해 보자.

일제의 탄압에 항거하다보니 자식들 교육하나 제대로 시킬 수 없었던 그들이 후일 이 나라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살아왔는가? 또한 우리주변의 기득권을 가진 수구세력들을 중심으로 일부러 그들을 흑백논리로 매도하며 외면해온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우리의 과거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정리하다보면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는 그런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지켜옴으로써 이뤄낸 우리의 소중한 가치는 그대로 간직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결과적으로 인민들을 굶주리게 한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고 고무하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위험이 된다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법은 최소한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데...

지금 우리사회가 국가보안법같은 걸 필요로 할만큼 그렇게 불건전하고 나약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