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극물에 중독된 채 숨이 끊어진 오방오리의 사체들이 군청 환경관리과 직원들에 의해 수거돼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소각처리를 앞두고 있다. 인식변화와 함께 강력한 보호대책 시급 우리 지역을 찾아온 귀한 손님인 야생동물들이 독극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시급한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6일 신평면 삽교호 부근의 남원천 하류 경계지점에서 쇠기러기 수백마리와 가창오리, 고방오리 수십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 발견됐다.
이들의 사체를 뜯어먹은 것으로 보이는 말똥가리의 사체도 부근에서 발견됐다. 쇠기러기와 가창오리, 고방오리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식도에 갓 삼킨 볍씨들이 나왔다. 누군가 독극물이 묻은 볍씨를 뿌려놓은 것이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군지회의 이광석 지회장은 “농약에 묻은 볍씨를 먹은 것이 사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에 따르면 조류들은 후각이 민감하기 때문에 일반 농약냄새와 같은 독한 악취가 나는 먹이는 먹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야생조류를 잡는 밀렵꾼들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독극물을 사용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진딧물 퇴치 살충제의 경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밀렵행위에 이용되고 있다. 독극물을 이용한 이 같은 살생행위는 피해가 광범위해 문제가 더욱 크다. 현장에서 사체로 발견된 쇠기러기와 가창오리, 오방오리 등은 모두 130마리 정도지만 실제로는 그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당수 쇠기러기들이 힘겹게 날개짓을 하다가 아산호 등에 빠져 죽었기 때문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당진군 환경관리과 직원들은 사건현장에서 쇠기러기와 가창오리의 사체를 수거한 후 독수리 등이 뜯어먹지 못하도록 모두 소각처리했다. 당진군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사건현장을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권석원 환경관리과장은 “가창오리를 잡을 경우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법에 의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며 쇠기러기도 일반 조류 규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야생동물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이 같은 참사를 불러일으켰다며 인식의 변화와 함께 밀렵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류보호협회의 이광석 지회장은 “몇 마리 잡아먹으려고 놓은 독극물에 수백마리의 야생조수들이 목숨을 잃는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인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지회장은 “내장을 빼낸다고 해도 혈관을 타고 독이 몸에 퍼진 상태이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 사람의 체내에도 독이 축적될 수 있다”며 독극물에 의한 밀렵행위에 대해 경고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김병빈 사무국장은 “인근 서산시에서 야생조류를 관광자원으로 이용해 매년 200억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며 “더 이상의 야만적 살육을 막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