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대교 아래 갯벌 위로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들이 죽은 채 늘어서 있다.
▲ 서해대교 아래 갯벌 위로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들이 죽은 채 늘어서 있다.

이·치수 위주 물 관리에 자연생태계 소홀

인공호수의 물을 가두는 방조제가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물고기들이 급한 물살에 휩쓸려 나가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장마전선이 북상 중이던 지난 9일 낮 4시경 신평면 매산리 서해대교 아래. 바닷가 갯벌에 수많은 민물고기들이 죽은 채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어림잡아도 수 천마리. 대부분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다. 해류를 따라 포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삽교호 방조제에서 굉음과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을 방류하고 있다. 물이 방류된 방조제 주변 바닷가에서 죽은 채 떠다니는 민물고기들이 보인다.

이처럼 민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이유는 방조제에서 물을 방류하는 과정에서 급한 물살을 민물고기들이 견디지 못하고 바다로 휩쓸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정규룡 일교낚시 대표는 “삽교호 방조제에서 물을 방류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민물고기들이 빠른 유속을 견디지 못하고 휩쓸려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삽교호뿐만 아니라는데 있다. 당진군내에는 삽교호 외에도 석문호, 송산 방조제가 있고 서산에서 수문관리를 맡고 있는 대호까지 합하면 방조제가 4개나 된다. 장마와 태풍에 대비하거나 간조시 물을 방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들의 떼죽음이 반복되는 것이다. 민물고기뿐이 아니다. 방조제 주변 바닷가의 조개류가 폐사하거나 바다고기들이 달아나 어장이 일시적으로 황폐화되기도 한다. 내수면 생태계 보호를 위해 매년 수만마리의 민물고기 치어를 방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몸을 섞어 생명의 풍요로움을 낳는 곳이었던 포구가 지금에 와서는 수많은 생명의 비명횡사가 반복되는 죽음의 문턱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방조제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농촌공사 당진지사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공사 당진지사의 담당자는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게 되면 안쪽에 있던 민물고기들이 휩쓸려 내려간다”며 “태풍이나 장마가 오기 전에 치수차원에서 미리 물을 비워놓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당진군에서는 방조제의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농촌공사가 이·치수를 우선시해 생태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진군 농수산과 내수면 담당자는 “삽교호의 경우 수문 6개를 한꺼번에 모두 열고 짧은 시간에 물을 방류하다보니 유속이 빨라져 민물고기들이 휩쓸려 내려간다”며 “수문을 1∼2개만 열고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물을 방류하는 등 생태계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