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담도 갯벌매립공사현장. 도로공사가 공기업 본연의 사업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수익사업에 투자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행담도 갯벌매립공사현장. 도로공사가 공기업 본연의 사업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수익사업에 투자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성 부족한 상황에서 어려움 ‘불보듯’

해양환경 영향, 휴게소 주류판매 금지도 사전검토 못해

설립목적 벗어난 행담도 개발사업

행담도 개발사업이 정치권 비리의혹으로 얼룩지면서 전국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는 가운데 도로공사가 공기업 본연의 사업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로공사는 1999년 싱가폴 이콘(ECON), 현대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해양복합관광 휴게시설’ 추진을 본격화하게 된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00년 행담도 갯벌매립 반대운동을 벌이면서도 기존 섬 면적 6만9천평을 서해안 고속도로 휴게소로 개발하는 1차 계획에 대해서는 부득이한 것으로 인정하고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섬보다 더 넓은 면적의 갯벌을 추가로 매립해 각종 위락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추가계획에 대해서는 해양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특히 당진환경운동연합은 당시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이 공사의 설립취지에 걸맞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도로공사는 도로의 건설 및 유지관리와 이에 부대되는 사업을 행해서 도로교통 발전에 기여함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행담도를 개발하면서 추진했던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부대 및 편의시설이나 연접지역 개발로 볼 수 있겠지만 인접 갯벌을 매립해 해양복합관광 휴게시설을 건설하는 것까지 이 범주로 볼 수 있는가는 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의문이었다.

경영실적 부실 이유로

다른 사업분야에 눈 돌려

그렇다면 도로공사는 왜 설립목적에도 벗어나는 해양복합관광 휴게시설 추진에 나섰을까?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은 흔히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과 비교된다. 두 공기업 모두 설립목적에서 벗어난 사업에 손을 댔다가 낭패를 당했던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두 회사 모두 다른 공기업에 비해 경영실적이 부실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경영실적이 부실한 데다 기존의 사업영역에서는 수익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다른 수익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것. 그러나 설립목적과는 다른 분야에 뛰어들다 보니 전문성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든 뻔한 일이었다.

사외이사 문제제기도 무시

민간기업이었다면 투자위험이 큰 사업에 외부 컨설팅을 받는 등 이중 삼중의 사전 검토작업을 벌이고 경영진에서도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겠지만 공기업인 도로공사는 상당부분을 생략한 채 넘어갔다.

행담도 개발(주)에 대한 사실상의 지급보증 약속을 다뤘던 지난 2004년 1월의 도로공사 이사회에서도 당시 비상임 이사로 재직했던 오세민(68) 전 공정거래위원장만 이른바 자본투자 관련 협약에 대해 집요하게 따졌을 뿐 나머지 이사들은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승인했다.

당시 오 전 이사는 “협약안에 따르면 EKI가 (외자유치로 확보한) 7650만 달러 이외에 기존의 부분까지 합해서 1억500만 달러를 도공에 ‘주식을 사라’고 요구하면 응하도록 돼 있다”며 “사업이 부진했을 때 도공도 부담을 안게 되는데 그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졌다.

해양환경 영향·고속도로 휴게소

주류판매 금지도 사전검토 안돼

도로공사는 행담도 개발시 인접 갯벌 매립과 각종 위락시설 건설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과소평가했다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보완지시로 공유수면 매립규모를 10만5천평에서 7만5천평으로 축소하고 당초안의 호텔과 골프장 건설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이외에도 도로공사는 현행법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주류판매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사전검토도 없이 횟집 등 음식점 분양계획을 수립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김병빈 사무국장은 “도로공사가 기존 섬 면적을 충분히 활용, 고속도로 휴게소 건설로 사업을 국한했다면 이 같은 문제도 없었을 것이고 주민들도 그대로 살았을 것”이라며 “그동안의 적자를 이유로 무리하게 수익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문제를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