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흡수할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돼야” 지적

자격증제를 통해 진입을 제한하고 가망 없는 점포를 퇴출시키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일주일만에 백지화되는 등 정부의 자영업 대책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당진읍 읍내리에서 3년째 식당업을 하고 있는 이모(36)씨는 한산한 식당 내부를 가리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좀처럼 밖에서 밥을 먹지 않아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탓인지 웬만하면 집에서 식사하죠. 먹는 장사가 된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한 달에 1200만원은 벌어야 월세나 전기세도 내고 먹고 살만한데 지금 벌이는 고작 600~700만원이다. 전기세만 한 달에 15만원 이상이고 수도세만 해도 10여만원이 드는 등 기본적인 경비와 월세 등을 제외하면 생활비며 아이들 교육비, 학원비 대기도 벅차다.

예전에는 주방과 배달을 담당하는 종업원 2명을 뒀으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정리하고 지금은 가족의 손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씨는 정부의 자영업 대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자영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적정수입만 보장하는 직장이 있다면 이 어려운 일을 하겠습니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가구업을 하고 있는 김모(42)씨는 “IMF사태 이후 경기가 계속 풀리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상가들이 들어서고 있으나 경쟁력 있는 업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존 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실정으로 개업과 폐업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출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라고는 비용을 줄이는 길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경리업무와 배달을 담당하는 직원 2~3명을 뒀으나 지금은 혼자 모든 일을 보고 있다. 일은 벅차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씨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먹고살기 위해 할 수 없이 뛰어든 상태”라며 “자영업 진출을 억지로 막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한다면 자영업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재래시장에서 작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몇년 전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시장 상인 대부분 노령화된데다 시설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되면서 실효성 없는 정부의 대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IMF사태 이후 정리해고의 한파와 함께 벤처열풍이 한동안 유행했다가 사그라진 이후 정부는 창업을 지원한다며 각종 정책자금을 약속했고 방송 등 각종 언론에서는 성공한 자영업체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면서 양산되는 실업자를 흡수할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이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었다.

특히 창업율이 높은 음식점의 경우 2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개 업소가 새로 창업한다면 그 중 8개 업소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기불황으로 직장에서 나왔거나 취업이 안 돼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는 이들의 경우 어떻게든 소득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자영업 진입을 억제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자영업자는 “고용 유연성에 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정리해고를 강행하다 보니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자영업에까지 위기가 확산됐다”며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자영업의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고용안정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