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어느날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나서 남편이 가출을 했다. 처음으로 가출을 감행한 남편은 어디로 갈까 전전하다 우연히 버스정류장 대합실에서 한 노숙자를 만난다. 실직한 것으로 보이는 그 노숙자는 주머니에서 꼬깃해진 지폐를 한 장 꺼내 복권을 산다. 남편은 그를 따라서 생전 처음으로 로또복권 두 장을 산다. 그런데...왠지 안 해본 일을 해보고 싶은 충동에 사놓았던 복권이 일을 냈다. 3등에 당첨돼 500만원을 받게 된 것이다! 세금떼고 400만원의 현금을 들고 들어 온 남편을 반기지 않을 아내는 없을 것이다. 남편은 그 돈으로 아내에게 김치냉장고를 사주었고 아내의 직장동료들과 친구들, 자신의 직장 동료들에게 근사하게 한턱 ‘쏘았다’.
동갑내기 부부인 당진도서관장 정명옥(42)씨와 남편 김용정(합덕산업고 교사, 42)씨의 2년 전 이야기다. 두고두고 화젯거리가 된 이날의 일을 이들 부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내 정씨는 당첨번호 여섯개 중 다섯개를 맞추어 2등(1억9천만원)에 당첨된 줄로만 알고 하루종일 아무일도 못했었다. 온종일 집 한채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으니 일이 손에 잡힐 리 없었다. 그러다가 보너스 번호가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허탈해 했던 기억, 3등 당첨이었기에 드러내놓고 재미있게 얘기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인심도 쓸 수 있지 않았느냐고 스스로를 다독거린 사연까지... 지나고 나니 참 재미있는 추억이다. 복권당첨 덕분에 정작 무엇 때문에 싸움을 했는지는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이들 부부는 그렇게 아웅다웅하면서 결혼 14년차를 맞고 있다.
살림꾼 남편과 일과 사람을 좋아하는 아내
빨래와 설거지가 취미인 남편과 일과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 이들 부부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편은 손톱과 발톱을 깎고나서는 어떤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은지, 설거지 한 수저와 젓가락은 어떻게 분리해 놓아야 하며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는 어떻게 펴서 말려야 구김이 덜 가는지 등등을 꿰고 있는 살림꾼이다. 술을 즐기지 않으며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아내는 일 욕심이 많아 벌여놓는 일도 많고 새로운 사람이든 옛사람이든 한 잔하면서 대화하는 걸 즐긴다. 오랜만에 길에서 친구라도 만나면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야!!! 너...”하면서 반가운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아내는 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에 들어와 앞치마 두르고 있는 남편이 때론 못마땅 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서로 어울려 운동도 하고 사회활동도 했으면 좋겠다. 반면 남편은 아내가 일도 좋지만 조금만 더 가정적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서 늦은밤 한잔하자는 전화에 희색이 만연해지는 아내가 서운할 때도 있다.
맞벌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나눔과 배려’
남편 김씨가 처음부터 살림꾼이었던 것은 아니다. 방학동안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가사일을 해보았던 경험이 그를 살림꾼으로 만들었다. 별일 아닌 것으로 여겼던 가사노동이 직장일에 버금갈 만큼 힘들다는 걸 알았다. 이런 일을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과 똑 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에게 전담시킨다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빨래는 남편 김씨가 전담하게 됐다. 청소와 설거지는 그의 부전공(?)이다.
그렇다고 아내 정씨가 집안일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요리는 여전히 정씨의 몫이다. 두 아들과 이들 부부, 이렇게 네식구는 아침밥을 거르는 적이 없다고 한다. 아내 정씨의 부지런함 덕분이다.
전통적인 가족관에서 보면 완전히 뒤바뀐 부부이지만 이들 부부는 ‘남녀’가 아닌 ‘누가 무슨 일을 잘 하느냐’를 기준으로 적절히 역할을 나눠 맡으면서 맞벌이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