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 넘은 노인은 오늘도 수신대에서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천운순환 무왕불복(天運循環 無往不復) 하늘의 운수는 순환하는 것이라 갔다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구나. 복명어세(復明於世) 다시 세상이 밝았으니, 수기치인(修己治人)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림은 정자만세지상(正者萬世之常) 바른 것은 만대에 떳떳한 도리이거늘 한치도 행한 것이 없어 즉천하지죄인야(則天下之罪人也) 천하의 죄인이 된 사악(邪惡)한 느낌이 옵니다.

천지음양오행화생만물(天地陰陽五行化生萬物)인데 어시인물지생(於是人物之生)이로서 인과 물과 생이 있고, 이위건순오상지덕(以爲健順五常之德)이라 천지인의 변화 속에 음양의 원리와 자연의 법칙을 깨닫고자 수년간 심산에 묻혀왔지만 일모에 가치도 얻지 못하고 일월절의 세불아연(日月浙矣歲不我延) 나날은 지나가고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일민(逸民)은 은거방언(隱居放言) 숨어서 기탄없이 말함이 잘못인지 자문해 보고 있습니다. 수신대에서 생활하여 온지도 일수(一手)년이 되었는데 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학문을 넓게 하고 뜻을 독실히 하여 인재기중의(仁在其中矣) 그 가운데 인이 있어야 함인데도 부지명(不知命) 천명을 알지 못해 비감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수불가여동군(鳥獸不可與同群) 새와 짐승과 함께 떼지어 살 수 없으니 홀로 사숙하며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 지극히 착함에 머무르려고 고행으로 세월을 읽고 있습니다. 비유식자덕지적야(非有識者德之賊也)라 무식한 사람은 덕의 적이니라. 내 일찍 모면키 위하여 이곳에 와 청산과 미물속에 묻혀 우주의 신비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늙음에 기력찾아 여추방돈(如追放豚) 놓은 돼지 쫓듯 체력보강 매진하여 갈 것이지만 세월은 비불가항 고불가폄(卑不可抗 高不可貶)이라 낮아도 막지 못하고 높아도 막지 못하는 것이 하늘의 명인 것을 누가 감히 대처하리요. 어렵지 않게 삶을 편안히 하려면 심즉려 천즉계(深則? 淺則계) 깊으면 그대로 건너고 얕으면 옷을 걷고 건너는 것이 삶의 지혜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향리에서 군거종일잡언야(群居終日雜言也)라 모여서 종일 잡담으로 소일하고 있을 것이니 화동하면 불가기야(不可棄也) 버림을 받지 않을 것이다. 우주의 만물의 변화를 알아 볼 수 있는 이곳에서 도덕과 인생을 생각하며 건곤감리(乾坤坎離)의 4괘 형상을 보면서 그늘 아래로 조용히 내려와 반소식음수(飯疏食飮水) 거친 밥에 물먹고 먼곳에서 잠시 쉬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