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서기 2002년. 운송업을 하는 당진읍 김 사장은 요즘 희색이 만면하다. 인천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원자재를 인근 공장에 대고 있는 그에게는 운송거리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전 같으면 왕복하는 데 네다섯시간 걸렸을 거리를 두시간이면 휭하니 다녀올 수 있어 물류비용과 인건비가 모두 절반으로 싹 줄어든 것이다.

그의 부인 오씨 역시 서해대교를 타고 50분 거리인 인천으로 쇼핑을 간다. 가격도 싸고 구경거리도 있어서인지 요즘 부인의 바가지도 없어졌다. 그뿐인가. 이젠 거리도 가깝고 해서 하나 뿐인 아들놈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고 근처에 하숙집을 마련해 주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그에게 비단길처럼 소중한 길이다.

같은 기간, 한보철강과 동부제강 주변에서 조그마한 용역업을 하고 있는 조 사장은 사무실을 경기도로 옮겨야 할 상황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서 직원 몇명 데리고 그럭저럭 사업체를 꾸려온 그는 인근 평택지역에 경쟁업체들이 하나 둘 늘면서 더이상 그간의 매출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그쪽 업체들이 짧아진 도로를 타고 조 사장의 영업구역인 당진까지 발을 뻗쳐오기 때문이다.

서해대교 완공과 함께 활성화 된 평택항에는 수출입 화물이 몰리면서 공장도 몰렸다. 당진쪽은 썰렁하고 그나마 자기 영역까지 뺏기면서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조 사장은 할 수 없이 동종업체들이 있는 평택으로 떠날 마음을 먹었다.

조 사장은 오늘밤 당진읍내에 있는 친구를 만나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야, 고속도로 생기구나서 장사가 좀 낫냐, 어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