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내일은 맑을거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겨울바람이 우리 몸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잊고 있었던 갯골 비닐 천막촌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에게 이 추운 계절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빛이 스며들런지…….
‘하느님께 보내는…’ 의 혜민이를 만나면서 내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던 답답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원래 이 동화는 ‘내일은 맑을거야’ (푸른나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는데 출판사의 사정으로 다른 곳에서 새 단장해서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답니다. 표지도 바꾸고 제목도 더 염원을 담은 듯한 걸로 바꾸었지만 어째 그 소망과 노력이 하늘에 쉬 닿을 것 같지가 않아요. 표지 그림 속의 아이들은 푸른 풀밭에 동그랗게 누워 하늘을 향해 무엇을 간절하게 소망하고 있는 모습인데 왠지 그 소망이 가슴언저리를 쓸어내립니다.
이 동화는 여러 해 전 서울 서초구의 갯골이란 곳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이야기를 토대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동화의 주인공 혜민이를 비롯해 철거민촌 아이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야기를 읽고 힘겹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한 번쯤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우리가 사는 당진에도 여기 저기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고 신도시 곳곳에도 수없이 아파트를 짓지만 어디에도 그들을 위한 집은 없어요.
“까치도 집이 있는데…….” 천막촌 사람들의 말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갯골에 흘러 들어온 사람들은 사연도 가지가지입니다. 사는 게 왜 그러느냐고 비난한다면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기막히고 합당한 사연들이 있어요. 못나고 배운 게 없어서, 아니면 세상살이에 약지 못해서일까? 길거리로 내동댕이쳐진 그들에겐 제대로 항변할 힘조차 없고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을 받는데 인간적인 존중도 무시된 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냉대뿐입니다.
‘부익부’ ‘빈익빈’ 그게 자본주의의 생리라고 터부시하기엔 우리 마음이 너무 추워집니다. 사실 당장 자기에게 피해가 없으면 공감대도 동기부여도 일으키기 어려운 요즘 현실이고 보면 갯골 사람들의 아픔, 절박감은 영화 속의 그림이나 이야기로 비쳐질 수도 있어요. 이웃은 관객일 뿐이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낮고 소외된 계층의 삶을 돌아봤으면 해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우도록 이 이야기를 함께 읽었으면 합니다
몇 해 전 여름 신문에 보도되었던 기사가 생각나네요. 카터 전 미대통령이 국경을 넘어 벌인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 서로 사랑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삶을 상기시켜주었지요. 외국인도 와서 집 없는 사람에게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하물며 우리가 이웃에 나누는 삶에 인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느님께 보내는 편지에 천진하게 발바리 강아지 한 마리 갖고 싶다고 하는 석란이, 기특하게도 어른스러운 혜민이, 씩씩한 철민이, 그 애들이 가난에 굴하지 않고 어린 싹을 잘 틔워가기를 염원해봅니다.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어도 그래도 내일은 맑을거라고, 희망이 있을거라고 믿음의 불씨를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겨울에 마음이 훈훈해지도록 말이예요.
김미영 | 독서지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