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위를 기어다니는 지렁이를 본 적이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봤어도 지렁이겠거니 하고 지나쳤겠지요. 아이들도 “에이 징그러워!, 그냥 지렁이잖아요.” 합니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가이자 위대한 환경운동가인 꿈틀이 사우러스를 만나면 이내 생각이 달라지지요.

지렁이가 지구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가며 징그럽고 쓸모없는 지렁이가 아닌 대단한 꿈틀이 사우러스에게 놀라움과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무심코 지나칠 환경과 밀접한 소재를 아주 독특하게 재미있게 그려낸 캐런 트레포드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지렁이 응가를 이용하는데 앞장섰기 때문에 ‘지렁이 응가 아줌마’로 아주 유명하답니다.

처음 제목을 접한 아이들은 공룡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가 실망한 듯 하다가 꿈틀이 사우러스에게 푹 빠져들어요. 책 싫어하는 아이, 과학·환경책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가 “우와 진짜 재밌어요. 이 책은 뭘로 만들었는지 가벼워요. 그림도 짱이예요!” 합니다.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책 한 권 사냥을 잘했다 싶으면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환경 지식 책답게 재생지로 만들어져 가볍고 알찬 내용에 반해 가격도 저렴한 이 책을 보면서 모든 책이 이렇게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꿈틀이사우러스 2세로 말할 것 같으면 흠흠! 세상에서 젤로 큰 지렁이 농장에서 어린이 지렁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야. 선생님. 내가 한번 맘먹고 기었다 하면 그 솜씨가 거의 예술이라고 다들 난리가 나지.~(생략) 우리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알게 되면 존경하지 않고는 못 배길걸?”

환경운동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인간과 자연은 하나며 돌고 도는 순환 속에 공존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지킴이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는거지요.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꿈틀이 사우러스를 통해 미생물과 흙의 소중함을 알고 나면 이제껏 바라보던 사물과 세상을 보는 창이 달라진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편안하고 친근한 문체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재치를 기발하고 탁월한 그림으로 표현한 이 책은 그 완벽한 조화만큼 관심과 흥미를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렁이의 역사, 역할, 특징, 애완 지렁이 키우기, 지렁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지렁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동물이란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 그 아이들 마음속에서 자라는 삶의 지식만큼 독서의 즐거움도 배가될 거라는 믿음이 듭니다.

★책나이 - 전학년(낮은 학년 중심)

/김미영 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