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읽지 말고 재미나게 읽으세요”

이 책의 소개말처럼 아이들이 신나게 ‘휘리릭’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요? 어른의 시각이 아닌, 고집스런 어른의 잔소리가 들어있지 않은 그런 책이겠지요. 아이들 눈높이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바로 보고 그 현실을 담은 동화. 책에서 스스로 자기와 동화되고 깨달음을 얻는 동화를 아이들은 누가 뭐래도 재미나게 읽습니다.

숙제하듯 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독서의 즐거움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지요.

이 책에 나오는 13편의 창작동화들은 어린이 문학잡지에 일 년 동안 실린 글들 중 좋은 작품을 뽑아 펴낸 것입니다. 13편 모두 각각 다른 작가들이 써서 그런지 동화마다 작가의 개성과 참신한 내용이 돋보이고 감동과 재미를 줍니다.

‘왕땅콩 갈비 게으름이 욕심쟁이 봉식이’는 이름 앞에 붙은 불명예스런 별명이 너무 싫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해하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지요. 봉식이는 학교에까지 소문이 나 놀림거리가 되자 이상하고 웃긴 별명을 떼버리려고 궁리합니다.

“난 고민이 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내 이름 앞에서 그 이상한 별명을 떼어버릴 수 있을까 하고요. 난 밥 먹을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학교에 갈 때에도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난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릴 만큼 고민고민하다가 ~(생략) 누나, 형, 동생에게서 ‘부지런히, 똘똘한 날쌘돌이, 귀염둥이’ 라는 이름을 훔치기로 했어요.”

형제들의 이름 앞에 붙은 좋은 별명을 훔치기로 했다니? 봉식이의 깜찍한 발상에 아이들은 귀를 쫑긋,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죽이고 따라갑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딱 맞다 싶게 표현한 글은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대로 보여 주지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어쩌면 힘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나름대로의 출구를 찾느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좋은 책과의 만남을 가지면 아이들이 감각과 뇌만 키우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닌 가슴을 시원하게 트여 줄 방향타를 지혜롭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시각으로 구성된 단편 동화집은 읽는 이의 마음에 다 들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그 중 감명을 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야기를 한 편이라도 만난다면 그 책을 읽는 보람이 충분히 있다 하겠습니다.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자연을 가까이 느끼게 하는 마음, 자기보다 작은 생명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물건 하나도 귀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며 세상에 대한 건강한 면역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 말에 ‘아이들은 백지이다(타투타 라사)’ 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새하얀 백지에 그려지는 대로,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인도하고 담아줘야 할지 아름다운 고민을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미영 / 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