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고 정은자 선생님께서 일전 당진시대에 기고하신 글을 읽은 후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무례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펜을 듭니다.

먼저 10월21일에 있었던 충청오페라단 주최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 콘서트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찾아와 관람하신 것에 대해 콘서트에 참여했던 가수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고하신 글에는 티켓비가 싸기 때문에 오페라 공연이 너무 성의없이 이뤄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은 “하이라이트”였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공연’이 아닌 ‘연주회(콘서트)’였습니다. 대개 클래식에서 성악장르의 공연이나 연주회는 ‘가곡의 밤’, ‘아리아의 밤’ 외에 ‘오페라(전막)공연’과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 그리고 ‘오페라 갈라 콘서트’등으로 주로 많이 열리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착각하신 것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충청오페라단에서 했던 것은 ‘오페라(전막)공연’이 아닌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연주회)’였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연주복(남자들은 연미복, 여자들은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오페라의 핵심적인 아리아나 2중창 등을 발췌하여 연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간혹 청중들의 무료함을 달래준다거나 이벤트 성격으로 좀 더 실제적인 의상과 더불어 연기도 가미시켜 연주를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10월21일 연주회에선 테이블을 통해 가수들의 동선을 확보, 설정해 놓았고(일반적으로 오페라연기에서는 테이블이나 간이 침대등이 연기자들에게 동선의 중심 역할을 함)합창까지 곁들여 놓았으니 그야말로 공연같은 연주회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나 ‘오페라 갈라 콘서트’는 오케스트라 반주보다는 피아노로 조촐하게(?)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 연주자들의 동선이 그리 크지 않고(거의 없을 수도 있음) 무대세트도 필요치 않기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굳이 박스로 내려갈 이유도 의미도 없는 것 입니다.

하지만 연주회(콘서트)는 항상 끝임없는 변화와 이벤트적 요소를 추구하기 때문에 어떤 규격화된 형식이나 틀이 따로 있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으나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연주회(콘서트) 형태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나 베르디나 푸치니 오페라의 화려함과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을 기대하고는 ‘가곡의 밤’ 연주회에 간 관객은 분명 자신의 기대치 때문에 그 연주회에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관객의 욕구불만 내지 실망감은 절대적으로 관객 자신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엉뚱한 기대를 품은 관객 스스로의 오류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선 ‘오페라(정통,전막)공연’을 ‘오페라 하이라이트 콘서트’장에서 기대하셨다는 절대적 오류를 범하셨다는 얘기입니다. 또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것중 ‘가사전달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성급히 단정 지어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성악가들 사이에서 조차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항상 의견이 분분하고 논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말할 때 보다는 노래를 할 때 발음과 가사는 당연히 희미해지고 알아듣기 어려워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요즘 유럽의 큰 오페라 극장에선 자국어라도 자국어자막을 극장 안에 띄워 공연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초보 관객들을 위한 극장측의 배려입니다. 모든 클래식 공연이나 음악회는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가야 순수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오페라는 줄거리는 물론 오페라의 배경, 등장인물, 작곡가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면 어떤 장면에서 어떤 아리아가 연주되는지 까지도 살펴야 그때부터 베르디나 푸치니를 그나마 제대로 감상하고 나올 수 있는 겁니다.

클래식 음악은 늘 관객의 이해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 속에도 늘 따뜻함 품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