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벼값을 지급하지 않아 민원을 일으켰던 가나안미곡처리장(대호지면 조금리)이 대금 지급 약속을 또다시 지키지 않아 수개월째 돈가뭄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발끈하고 있다. 더욱이 연말안에 정산해야 할 농약대,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해 연체로 인한 신용도 하락은 물론 현금이 없어 당장 병원비도 대지 못하는 농민도 있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업체인 가나안RPC는 지난 12월 중순경 공장이 준공허가를 받지 못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자금이 없어 벼값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준공허가가 나는대로 외환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벼값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가나안 RPC는 지난 21일자로 당진군으로부터 준공허가를 받았음에도 약속했던 벼값 지급 날짜인 26일, 농민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연말안에 외상으로 쓴 농약대를 비롯 각종 농자재대와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하게 된 농민들이 연체로 인한 피해까지 덮어 쓰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호지의 한 농민은 “농사지은 쌀을 전부 그곳에 맡겼는데 두 달 이상 대금을 못받아 수중에 현금이 한푼도 없다”며 “여기저기서 독촉장이 날라오고 있는데 가나안측에서 벌써 몇 번째 약속을 어겨 벼를 빼와야 할지 마냥 기다려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벼 6000키로를 맡겼다는 정미면의 한 농민은“농협에서도 수매품종이 아니라고 해서 벼를 사주지 않아 어쩔수 없이 그곳에 맡겼는데 벼값마저 떼이게 됐다”며 “암치료 중인 봉성리의 한 농가는 병원비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가나안측은 금융기관들이 연말에는 정산관계로 자금을 내보내지 않고 있다며 이번엔 금융기관으로 책임을 미뤘다. 가나안 김영미 사장은 “26일경 벼값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은 공장장의 판단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준공을 받고 금융기관에 자금대출을 신청했으나 연말에는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적어도 준공 후 14일이 지나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때문에 1월10일에서 15일경에나 자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렵거나 믿지 못하는 농가들께서는 벼를 다시 가져가셔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 민원에 대해 당진군은 가나안이 민간 RPC 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수산과 이수과장은 “농림부 승인을 받지 않은 개인 미곡처리장으로 현재 수매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어 민원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행정적인 방안이 없는 실정”이라며 “추후 수매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려면 미곡처리장 운영실적이 있어야 함을 주지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